산이야기/산 이야기

지리산 주능종주(노고단~천왕봉)

벽우™ 2018. 6. 11. 13:24





지리산 주능종주

지리의 線과 色속으로 걷는다.








지리에 든다.

 하루 동안 가분하게 걸을 수 있는 체력과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목표는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가장 정직한 이치에 발걸음을 내딛는다.









2018.     6.     6.   현충일

성삼재-노고단-삼도봉-영신봉-촛대봉-천왕봉-중산리

32km,






지리산종주; 지리산국립공원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산행을 완주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러 코스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종주코스가

노고단에서 시작해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까지 이어지는 종주 코스로

32km 내외.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와 돌길

그리고 변화무쌍한 날씨까지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해서

누군가 지리산종주는 지리함과의 싸움이라고 하고

마치 인생의 굴곡과 헤쳐나가는 꾸준한 노력과도 닮아있다고 하던데.






여전히 달빛 밝은 밤길로 노고단 고개를 거쳐

발바닥에 닿는 지리산의 육덕진 피부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땀샘이 폭발할 때 쯤

돼지령을 스치고 임걸령 샘에 이른다.






새벽 성삼재에서 첫발을 내딛을 때의 긴장감이

임걸령 생수 한모금에 해소되고

아직 하늘에 쏟아지는 별들과

지새는 밤을 지난다.






노루목에서 삼도봉으로 바로 가는냐,

반야봉을 경유하느냐로 고민하다

아직은 깜깜한 밤 일출을 보긴 힘들것 같아 삼도봉으로 바로 간다.

작년 8월 무더운 새벽에 삼도봉오름길에서 길가장자리로 추락하며

잃어버린 안경은 이번에도 확인할길 없지만

삼도봉은 여전하기만 하다.









토끼봉 내림길에서 마주친 장엄한 일출이 있다.






완전히 솟을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지리가 깨어난다.












막 잠에서 깨어난 지리산이 밝아온다.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해 아침을 먹으며 선선한 바람에 더위를 식힌다.

젖은 모자와 셔츠를 갈아입고

한결 가볍게 길 나선다.















연하천을 떠난 후 운해 위로 보이는 봉우리가 바다 위에 서 있는 섬처럼 보인다.






형제봉(1,433m)을 넘는다.

지리산의 마루금을 꾹꾹 눌러 밟는다는 생각에

아직 무리 없이 진행하지만

함께 걷는 동료는 초반에 오바페이스를 한 모양이다.

자꾸만 뒷쳐진다.

숨 고르고 느긋하게 걸으라 하고 벽소령까지 내쳐 걷는다.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벽소령대피소를 지난다.

새로운 취사장과 대피소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이곳은 폐쇄되었지만

매점은 열어두었다.















선비샘에서 시원한 물 한 잔으로 노닥거리며 뒤쳐진 동료를 기다려도 그 발길 보이지 않고

덕평봉(1,522m)을 오른다.















덕평봉, 칠선봉, 명선봉이

잰 걸음으로 달려온다.

여전히 괜찬다.



























세석에 들러 간단히 요기하고

식수도 보충한 후 촛대봉으로,

































연하선경으로 천왕봉을 향한 산길

하늘이 아름다운 날이다.















연하봉을 지나 저 산너머가 또 궁금해서

천왕봉으로 이어진 길이 다시 완성되니

맑은 날씨에 하늘 길을 걸어 종주산행 하나 벌었다.















종주산행은 각자의 페이스대로 걸어야 하니

장터목에서 동료를 기다린다.









고사목이 드문드문 솟아 있는 제석봉(1,808m)을 지난다.

눈앞으로 천왕봉이 솟았다.












제법 뜨거워진 한낮의 열기를 품고

천왕봉엔 까마귀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바위 문을 지나 하늘에 오른다.






























천왕봉(1,915m)에 섰다.

지리산 주능 종주의 마지막 봉우리이자

 남한 지역 땅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하늘을 받치고 선 이 웅장한 기둥 꼭대기까지 올라

사방으로 펼쳐진 산줄기를 조망하며 숨을 돌린 뒤

이젠 내려간다.





















천왕봉에서 내려와 개선문을 지나고 법계사

로타리 산장

망바위......끝없는 돌계단

늘 걸으면서도 다음엔 안 올꺼라는 후회하게 되는 길을 따라 내려선다.









지리산에 들어 

산과 산 사이에 놓인 사람이 만든 길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봉우리에서 일출을 맞고

햇살 쏟아지는 연하선경을 즐기며 걸었습니다.

지리산의 맑은 바람과 막 잠에서 깨어난 모습으로

향기로운 풀 내음으로 가득한

그런 모든 것을 좋아합니다.

 갑자기 뜨거워진 유월의 어느날에 먼 길 걷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길섶에 핀 야생화로 지리산은 천상의 꽃밭이 되어

감동이 되고

야생화 보는 것으로 힘겨움을 녹입니다.

깊고 넓은 지리산을 아무 말 없이 땀방울 떨구며 홀로 걷다보면,

생각은 그리운 사람을 만나 그리운 시간에 머뭅니다.

그리움이 쌓이면

그 그리움의 중심엔 당신이 있다는 것 아시는지요.

지리산 여느 조용한 봉우리를 넘을 때

살아 감기듯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옆에 함께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그렇게 어느새 천왕봉

천왕봉 정상석 한번 쓱 돌아보고

그 곳에서 

 문자 한자 남기고 싶었지만, 너무도 감성적이 되어 그냥 돌아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