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경북의산

내연산 12폭포.

벽우™ 2018. 5. 29. 07:18







내연산(향로봉930m, 포항 북) 


깊은 곳 흐르는 물줄기 따라잡기.






산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산을 닮아 흐른다.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는 높이 차에 따라 크고 작은 폭이 생겨 나

 길지 않은 계곡에 12개나 있다.

시명폭, 실폭, 복호폭, 은폭, 연산폭, 관음폭, 무풍폭, 잠룡폭, 삼보폭, 보현폭, 상생폭의 이름을 얻었다.

크고 작은 물웅덩이와 기암을 흡수해 멋진 풍광을 만들고

가끔은 너무 깊은 곳을 파고들어 숲과 물줄기만 흐를때도 있지만,

그래도 하늘은 열려있다.






2018.    5.     26. 

향로교-향로봉-시명리-보경사12폭-보경사

12.7km, 5시간 소요.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에서 하옥리로 들어가는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산허리를 타고 꼬불꼬불 돌아가다 보면

갑자기 수직에 가까운 암벽과 깎아지른 듯한 협곡이 나타나면 

산행들머리가 되어 줄 작은 다리가 향로교다.












향로교에서 마두봉을 거쳐 향로봉으로 오른다.

내연산의 주봉은 해발 710m의 삼지봉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고봉은 930m의 향로봉이다.






향로봉까지 거리는 3.7㎞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시작부터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니다.

함참을 가뿐 숨 몰아쉬다가 능선에 올라서면 그제서야 숨쉬기가 편해진다.









종남산이라고 불려오던 이 산은 신라 진성여왕이

 이곳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에 내연산(內延山)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암벽과 계곡,  폭포 등이 빼어난 절경을 가진 내연산은

영일군에 속해 있던 1983년 10월 1일, 군립(郡立)공원으로 지정되었다. 









930m높이의 향로봉

사람들은 흔히 내연산을  "여름에 걷기 좋은 산"이라고 말들한다.

잎이 넓은 활엽수가 많아 등산로에 시원한 그늘이 많기 때문이다.












정상은 넉넉하다.

정상석과  헬기 착륙장까지 있다.






계획은 향로봉을 찍고 돌아서 삼지봉으로 이동 한 후,

거무나리골로 해서 은폭으로 내려서는 코스였건만,

이정표에 시명폭포를 보는 순간,

지금까지 보경사 계곡 12폭을 다 보질 못했다는 걸 알았다.

동료 1명만 데리고 알바한다.

12개의 폭포를 잇는다.






한참을 쏟아져 내렸다.

저 아래 물소리 점차 뚜렷해지고,






 고메이등으로 옛 화전민들의 마을이었던 시명리에 내려선 후

보경사 계곡길을 걷는다.










가볍게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초여름을 상쾌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숲길을 걷는 것이다.

푸르른 산들바람을 쐬며 조용한 숲길을 걷고,

나무그늘 우거져 풀 향기를 온 몸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계곡 상단의 시명폭포를 만나다.















계곡 좌측 사면을 따라 걷는다.

계곡의 수량이 풍부한 물은 기암괴석 사이를 흐르다 고이다를 반복하다가

 흰색 포말을 일으키며 낙하운동을 우렁차게 한다.






약간의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 나무테크가 산쪽으로 놓여 있다.

테크는 잘피골로 이어지고 그 끝에 실폭이 있다.


















복호2폭은 테크에서 내려다 보고는 복호1폭으로 간다.

1폭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을 예정이다.





















복호1폭, 


















숨어 있다고 해서 은폭(隱瀑)이라고 불리는 폭포

자태가 인상적이다. 















관음폭포와 연산폭포는 환상적이다.

쌍폭인 관음폭포는 웅덩이 옆에 뚫려 있는 큼직한 쌍굴인 관음굴,

장성처럼 둘러친 선일대와 층암절벽,

 폭포 위로 걸린 연산적교(구름다리) 등과 어우러진다.















관음폭포 위 높이 30미터에 이르는 연산폭포

내연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로 깎아지른 암벽인 학소대를 타고

힘찬 물줄기가 쏟아진다.















가파르게 솟아 오른 바위 절벽,

천길 낭떠러지 위에 선일대가 서 있었다.

바위절벽은 푸른 산을 허리에 두르고 허연 속살을 드러낸 끝에

정상에 선일대를 모자처럼 얹고 있다.






무풍폭포, 영화 ‘남부군'의 한 장면을 촬영한 잠룡폭포,

삼보폭포, 보현폭포가 연달아 이어진다.

이들 폭포는 계곡에 숨었다.


















이번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5시간이다.

상생(쌍생)폭포를 빠르게 지난다.

그다지 웅장하지는 않다.

두 물줄기가 나란히 떨어지는 모습이 우주선이 솟아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내연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신라 고찰 보경사

입장료가 제법 비싸다.

뒤로 돌아온 입장에 가타부타 말할 건 못되지만

그래도 비싼건 비싼거다.







떨어지는 흰 포말과

폭포 끝에서 깊은 소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검은 물색이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거기에 푸른 하늘까지….

양말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그면

이제 내연산은 그만큼 머릿속으로 깊숙하게 각인되어진다.

 나는 듯한 발걸음으로,

보경사가 가까워 질 때 문득 짧은 탄식이 새어나온다.

12폭 중 하나를 놓친 것 같다.

무풍폭포........는 어디에?

깊은 골짜기로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