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까지 간다! (땅끝기맥 2구간: 노룡재~국사봉~활성산~불티재)
땅끝기맥 2구간(19.4Km, 영암)
이 길위에서 산이 되고, 바람이 되고.
땅끝기맥이란
호남정맥의 바람봉 분기점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쳐
육지의 최남단인 땅끝까지 내려가는 도상거리 123 Km쯤 되는 산줄기다.
일부는 영산강의 남쪽 울타리가 되며 일부는 탐진강의 서쪽 울타리가 된다.
길이나 높이에 비해
월출산과 첨봉에서 오소재, 두륜산에서 달마산 지나 도솔봉등
암릉구간이 많은 옹골찬 산줄기고
월출산, 두륜산, 달마산등 유명산을 지난다.
지나는 산은 계천산, 국사봉, 활성산, 월출산, 도갑산, 월각산,
별뫼산, 서기산, 첨봉, 두륜산, 대둔산, 달마산, 도솔봉등이다.
땅끝기맥을 7개 구간으로 나눠서 걷는다.
2018년 05월 20일
19.46km - 7시간 20분소요
가시덤불 우거진 곳, 마루금에 없는길 걸으며
노룡재~차일봉~국사봉~가음치(23번국도)~405봉~활성산~253봉~돈받재(835지방도)~불티재
땅끝으로 가는 길은
고도는 낮으나, 편안하고 고즈넉한 산행의 즐거움이 있다.
김종상시인의 “길은 그렇게”의 한 구절이다.
두엄내 풍겨오는 들판을 지나
놀빛 고운 산마루를 기어 넘고
울멍줄멍 구름골짜기를 감돌아
길은 저 혼자서 가고 있었다.
......
오늘 하루도 나는
길을 따라, 길과 더불어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항상 함께 다니는 나의 길.
길을 나선다.
땅끝까지...
노룡재에서 다시 시작한 발길은
임도를 조금 걷다가 비탈진 산사면을 치고 올라가니
382m 차일봉이 금방이다.
이 길엔 꽃향기에 들뜨고
청정해지는 계절이 내려앉았다.
해를 가릴 만큼(遮日) 높다는 건지...
전라도 땅에 차일봉이라는 이름이 여럿있고
이 봉우리는 땅끝기맥 385m차일봉이다.
조망은 없다.
찔레꽃 천지다.
흘러간 옛 노래.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찔레꽃은 하얀 꽃인데 싶고.
이것이 천마?
이번구간도 기맥길은 임도와 산길을 교차하며 이어진다.
골무꽃 피어나는 계절인가
한번씩 투구꽃과도 헷갈린다.
5월, 청초한 초록 잎 사이로 하얀 꽃구름을 피우는 산사나무.
꽃 향기에 취해 숲길을 빠져나오자 국사봉에 오른다.
산길은 수많은 바람개비와
......월출산이다.
국사봉(國師峰, 615m)은 이번구간 최고봉이다.
높이 614m로 영암에서 월출산 다음으로 아름다운 산이다.
산세가 천혜의 요새처럼 생겨 산의 정상부는 6.25때 인민군 사령부가 주둔하기도 했다고 하고
고려시대엔 쌍계사라는 큰절이 있었는데
이 쌍계사에서 큰스승이 많이 나와서
국사봉이 되었다고 한다.
엉겅퀴와 찔레꽃이 지천이다.
꿀풀
양지 바른 곳에 피는 꿀풀은 한약재 하고초로 쓰인다.
인동덩쿨
개사육장도 지나고 가음치를 지나 송장고개를 넘어간다.
산이나 들의 빈터에서 자라는 고들빼기
금오(金烏)마을로 가는 길 연소저수지를 지나면 풍력발전기가 솟았다.
금까마귀가 송장을 쪼아먹는 형국이라 송장고개로 불린다고 한다.
금오(金烏)마을을 통과하여
활성산 가는 길에 동의나물꽃이 반갑다.
봄을 가득 퍼뜨리는 작은 우주같은 개불알풀은 늘 예쁘다.
북에서 남쪽을 향한다.
하늘도 아름답고
풍력발전기는 제법 큰 소음을 토하며 빠르게 돌아간다.
바람이 많다.
2구간의 랜드마크 활성산(498m)이다.
정상에는 KT의 통신탑이 잔뜩 설치돼 있다.
전라남도 끝자락 영암 땅에서 만난 활성산은
마치 크게 횡재 한 느낌이다.
이번구간 큰 기대감은 없었다.
산간마을 너머 중첩된 마루금이 아름답고
기분을 업 시킨다.
눈을 돌리면 월출산의 웅장한 자태가 가득하고
산의 경사면을 따라 조성된 광활한 초원은 서정미를 풍겨낸다.
월출산이 코앞이다.
바람이 좋다.
활성산을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활성산을 내려오면 딸뜬봉을 지나고
곧 MTB코스를 만난다.
활성산 주변에서는 산악자전거 전국대회가 열리는 모양이다.
벌목한 산 마루금엔 길이 없어지고
임도가 산 이리저리 나있다.
임도를 걷다가, 마루금을 타다가...
길은 철조망도 넘고 가시덩굴 지대를 헤매기도 하고
돈밧재로 내려서 잠시 쉬어간다.
동백나무처럼 기름을 짜서 쓰는데
동백나무보다 열매가 작다는 뜻의 ‘쪽’자를 붙인 쪽동백나무 꽃도 피었다.
돈밧재부터 날머리 불티재까지는
잡목과 가시덤불이 우거지고, 거칠다.
한시간 이십여분 걸렸다.
국사봉에서 만난 후 내내 바라보고 걸어온 땅끝 최고봉 월출산은
다음구간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