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까지 간다! (땅끝기맥 1구간: 바람봉(노적봉)~노룡재)
땅끝기맥 1구간(19Km, 화순)
땅끝을 시작하자 길을 잃었다.
땅끝기맥이란
호남정맥의 바람봉 분기점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쳐
육지의 최남단인 땅끝까지 내려가는 도상거리 123 Km쯤 되는 산줄기다.
일부는 영산강의 남쪽 울타리가 되며 일부는 탐진강의 서쪽 울타리가 된다.
길이나 높이에 비해
월출산과 첨봉에서 오소재, 두륜산에서 달마산 지나 도솔봉등
암릉구간이 많은 옹골찬 산줄기고
월출산, 두륜산, 달마산등 유명산을 지난다.
지나는 산은 계천산, 국사봉, 활성산, 월출산, 도갑산, 월각산,
별뫼산, 서기산, 첨봉, 두륜산, 대둔산, 달마산, 도솔봉등이다.
땅끝기맥을 7개 구간으로 나눠서 걷는다.
2018년 4월 15일 / GPS 22.89km - 9시간 예상
구간: 접속(호남정맥:운곡마을에서 노적봉(바람봉)접속)
땅끝분기봉~선각바위~소반바위산~선왕산~촛대봉~덕룡재
~820도로~계천산~오두재~노룡재까지
대간, 정맥, 지맥, 기맥 종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날짜 맞춰 걸어줘야 하고
혹여 당일에 아직 가보지 못한 산이 발굴되면 그 산에 맘을 빼앗기기 때문이기도 하기에,
그리고 장기간 이어진다는게 성격 급한 나로서는
참기 힘든 고뇌를 안기기 때문에
몇 달씩 이어지는 종주산행을 즐기진 않는다.
그런데
전국 산꾼들이 대표적으로 좋아하는 기맥이 땅끝이고
이 기맥의 대표적인 산들은 다 걸었지만
언제 한번 정리하고 싶었던 차에
훅 치고 들어오는 땅끝으로 눈길이 쏠려
복숭아꽃 살구꽃 피는 운곡마을부터 나선 걸음이다.
운곡마을에서 분기점으로 올라간다.
분기점은 노적봉이고 운곡마을에서 느긋하게 40여분이면 이른다.
이 길, 푸른 잎 돋아나고 꽃피우는 봄이로구나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맘때 산행이 기분을 들뜨게 한다.
땅끝을 향하여 걷는다.
해발 400m 전후의 높지 않은 산들이다.
국토의 변방에 있으며 대간도 정맥도 아니라선지
산객들의 발길이 비교적 뜸하다.
이른바 경계지역 외진 곳이 많다.
1, 2구간은 찾는이 적어 산길 어느 순간 희미하고
여전히 후미진 산이다.
넘어야 할 봉우리가 대략 꼽아보아도 20개는 족히 넘는다
사실 컨디션은 안좋다.
전날 비도 왔지만, 갑자기 들어선 감기, 몸살로
예정된 산길을 취소하고 반곡지로 사진만 찍었는데,
이 걸음 같이 걸을 이들은 늘 대간, 정맥하던 이들로
어느정도 탄력이 붙었으니 별 사정은 안불게 뻔하다.
초반부터 속도를 올린다.
봉우리 두엇 지나 각수바위 봉우리.
뿔 모양(角首)이라기도 하고 새댁의 원혼이 서려 각시라는 설도 있다.
정상이 큰 암릉인데 일단 올라서 본다.
미세먼지인지 황사때문인지 흐릿해 조망은 없다.
이 구간은 대체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길은 소반바위산(493m)을 지난다.
소반 모양의 바위가 있다는데 오름길에 보아도 바위는 없다.
대신 경사가 심하고
산악오토바이로 인해 길이 많이 패였다.
소반바위산은 정상석도 이정표도 없어 그냥 지나친다.
산길 대부분이 작은 나무와 산죽(조릿대)이 많다.
미리 걸었던 이들의 산행기를 보면 잔가지가 수없이 과객을 할퀴고
산죽이 우거져 음침하고 심지어는 낮은 포복으로 또는 배낭을 벗고 통과해야 한다는데.....
이 길은 정비가 잘되어 제법 넓게 놓였다.
그래서 어느순간 방심했는가 보다.
점심 먹고 컨디션이 여전히 올라오지 않는 상태에서
일행 먼저 보내고 숲길로 접어들었는데......
발앞에 놓인 산길 놓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길이 끊겼다.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고........
......
......
나로 인해 전체 일정이 늦어지는게 싫다.
그래서 지도를 확인하고, 현재 위치확인하고 나서
산길을 째고 내려간다.
잡목과 가시덤불을 뜷고, 길을 만들며 한참을 내려서니 임도가 보인다.
잠시 봉우리 위에 올라서 마을 위치 확인하고 다시 비탈길 쏟아져 내려 820번 도로에 닿았다.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 마지막 지점인 노룡재로.....
아마도 덕룡재 조금 못미친 지점에서 내려선 것 같다.
탐진강 발원지라는 작은 우물과 계천산, 아크로CC 골프장은 그냥 지나쳐버렸다.
1구간은 한껏 물오른 봄날에 취해 잠깐의 방황의 시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산들은 땅끝으로 향했으니
널찍하게 펼쳐진 들녘 끄트머리에 산봉 산릉이
부드러운 듯 거친 듯 솟은 기맥길 걸어
땅끝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