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경남의산

세월이 쌓인 합천 감암산

벽우™ 2017. 10. 11. 13:31




감암산(834m, 합천)

 켜켜이 쌓인 암릉 걷는 즐거움.





흔하게 마주하는 산은 분명아니다.

여느 산과는 달리 속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자극적이다.




2017.      10.     5.  추석 다음날

대기마을-누륵덤-감암산-암수바위-바람흔적미술관-대기마을

7.8km,

 철쭉 평원으로 유명한 황매산(1,108m)이 거느리고 있는 감암산(834m)은

모산재와 능선으로 연결된 바위산으로 골산이다.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 비탈이고,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선 소나무가 보기 좋은 산이다.




가을, 가을한다.

벚나무는 봄꽃 필때도 예쁘지만,

단풍으로 잎이 물들때도 아름답다.

황매산 모산재가는 길엔 벚나무가 천지다.








경남 합천군 대기마을로 들어서 감암산줄기를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윗덩이가 하나의 산이 되어

웅장함이 있고 팽팽한 긴장감도 느껴지는 근육질 산, 

자극적이다.




황매산(1,108m)의 곁

이토록 근육질의 산이건만 존재감은 미약하다.

황매산이나 모산재에서 올라 철쭉능선을 거쳐 감암산으로 산행하더라도 대부분은 

감암산 정상으로 가지 않고 누룩덤으로 대기마을로 빠져버리니....

그저 이름만 존재하는 봉우리로, 스치는 봉우리가 되었다.








그런 스쳐가는 감암산만을 오롯이 걷는 산길엔

바윗길을 걷는 재미도, 시원한 전망도 있다.

대기마을에서 출발해서 거북바위-누룩덤-칠성바위를 거쳐 828봉에 올라 주능선에 합류한 후

정상을 올랐다가 암수바위-703봉을 거쳐 바람흔적미술관으로 하산한 뒤

도로를 따라 대기마을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가을물 들어가는 목교가 놓인 시내를 건너면 입산이다.
























숲길과 바윗길이 교차하며 땀을 한바탕 쏟고나니

거북바위가 머리를 삐죽 내밀고 있다.








































늘 내려오는길에 보았던 바윗길을 오르며 보니 다른 모습이 많다.
















바윗덩어리가 봉우리를 이룬 누룩덤을 만났다.

누룩 모양의 바위가 덩어리로 쌓인 형세이다.

누룩덤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등산로가 나있지만

위험을 알리는 줄을 넘어 바위를 올라선다.




누룩덤 바위를 돌고 돌아가다보면

누룩덤에 돌강아지가 산다는걸 알수 있다.

누룩덤 꼭대기에 있는 돌 강아지가 지그시 웃는다.




돌강아지와 눈을 한번 맞추고.....








































거대한 바위가 광장처럼 드넓어 암릉의 절정을 이룬다.

술을 빚을 때 쓰는 누룩을 닮아 누룩덤이라고 부르는 이 바위군은

집 채만한 크기부터 빌딩크기의 바위더미 수 십개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피라미드처럼 보인다.












돌아보면에 누룩덤이 한눈에 그득하다.

바위 하나하나는 위태롭지만,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졌다.












바위 떼를 구경하며

암릉을 타고 828봉으로 걸으면

 기암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7개의 별이 떨어졌다는 칠성바위너머로 철쭉군락지엔 억새가 자라고 있다.




바위 능선을 지나 숲길을 걷다보면 828봉에 도착했다.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으로는 황매산 초소 방향이고 왼쪽으로 내려간다.








감암산 정상

 정상석은 예상보다 크고 누런빛을 띠고 

119구조대 신고처가 새겨진 말뚝과 평상 한 개가 있다.

북쪽으로 철쭉 군락지 지나 황매산이 보이고

동쪽 아래에 누룩덤이...

감암산의 조망은 화려하다.




감암산의 원래지명은 두루뭉슬 해 두리봉이라고 불렸으나 어느 시기부터 감암산으로 바뀌었다.

감바위라는 지명에서 온 것으로 이 감바위는 현재 산아래 영암사 주변에 있다고하며
감암산의 암자는 바위암(巖)을 쓰지 않고 숨을 암(闇)을 쓴다.

숨은 산이 산의 정체성인 모양이다.
















바위벼랑위에서면 부암산(695m)이 보인다. 

부암산까지 가고 싶지만 대기마을에 차를 세워둬서 부암산은 다음에 가기로 하고

꼬깃꼬깃 접어 넣어둔다.












촛대바위가 바위에 꽂힌 듯 서 있고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묵방사로 내려설수 있는 탈출로가 있다.












묵방사로 탈출할수 있는 안부에는 남녀 성기를 닮았다는 암수바위.

보통의 암수 바위는 조금씩 떨어져 있는데,

이곳 암수바위는 한몸을 이루고 있다.




























바람흔적미술관으로 내려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은 부암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바람흔적미술관을 지나 대기마을로 원점회귀할수 있다.




바람흔적미술관은 몇해전에 경남 남해로 이사 간 후

지금은 글램핑장이 들어서 있지만

내년에 다시 미술관을 개관한다는 말도 있다.




숲길끝에 서니 감암산오름길 풍경이 그 뒷편 황매산 정상과 함께 훤히 드러난다.




전망이 있는 마지막 봉우리, 벌써 누룩덤은 숨어버리고

왼쪽으로는 모산재가, 

 오른쪽으로는 능선 너머로 부암산이 고개를 쳐든다.








하산길...

근육질의 바윗산은 모습을 바꿔 푹신한 솔밭길을 내어준다.




산중에서 만나는 블루베리(?)





재피열매

나는 자극적인 향신료가 좋다.








밤나무 밭과 임도를 거쳐 철제 바람개비들이 전시된 바람흔적미술관으로 내려선다.

미술관은 현재는 글램핑장으로 활용 중








그래도 여전히 바람 불면 좋은 곳이다.




미술관은 떠나갔어도 여전히 바람 흔적은 남아

바람의 흔적을 찾으려는 대형 바람개비가 미술관을 에워싸고 있다.




미술관을 빠져나와 도로를 걸어 대기마을로 돌아가다보면

모산재의 뚜렷한 윤곽의 암릉과 묵직하게 앉아있는 위엄이 

바람결에 흔적조차 남길수 없는 산객을 내려다본다.








바람소리, 새소리, 조릿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마음속 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거닐다

탁 트인 절벽 아래로 누렇게 여물어가는 논밭을 내려다 보며

바람 불어오는 흔적 따라

켜켜이 쌓인 즐거움을 남겨두고
 

일상적인 것, 

익숙한 것을 찾아 다시 산을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