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산.
대야산(930m, 문경)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꺼야, 가파른 이길을 좀 봐,
2017. 7. 22. (토요일)
산에 가고자하는 계획도 열의도 없던 날이었다.
일본 중앙알프스의 경치를 꼽씹으며...
그 많은 사진 정리도 해야하고,
식구들과 떨어져 혼자 휴가 보낸 후 처음 맞이하는 휴일이기도 하고,
산행전날엔 잘 마시지 않는 술도 마신 숙취가 가시지 않은 그런 날이기도 하고,
식지않는 폭염에 시달리며 열대야에 몸서리 친 날의 아침이었다.
설익은 잠 깨어 분위기를 보니
식구들 모두 다들 스케쥴이 빡빡해 집에 있으면 하루종일 집안 가구와 함께 혼자 방치되어야 할듯하여...
급히 배낭꾸려 대야산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선유동천 주차장-용추폭포-월영대-피아골-대야산
8.4km(이정표 기준) 원점회귀산행
.....폭염속 계곡물 찾아 걷기
선유동계곡은 조선시대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내선유동이라고 대야산 밑에 기록돼 있다.
둔덕산 북쪽 자락을 동서로 흐르는 1.7km 계곡인데,
하얀 암반이 마치 대리석을 깔아놓은 듯 하며 그 암벽 사이로 흐르는 물이 옥계수이며
이 계곡에 아홉 구비의 경승(景勝)이 있어 선유구곡으로 불리어진다.
문경팔경 중 으뜸에 놓은 용추.
'용의 비늘'이라는 뜻의 용추.
그러니까 용이 승천했다는 계곡이다.
거대한 암반이 수천 년 동안 물에 닳아서 원통형의 홈이 파이고
그 파인 홈을 타고 맑은 계곡류가 엿가락처럼 꼬아 돌며 아래로 떨어진다.
움푹 파인 모양이 하트모양이다.
용추 감상하다가 일행을 놓쳤다.
(아침에 계획없이 나오느라 배낭속엔 물 이외엔 먹을께 없으니...)
잰걸음으로 바삐 걷는다.
헉헉대며...
왜이리 힘들까?
속이 편치않다.
...일행 꼬리를 잡고나서야 여유가 생긴다.
완만했던 오솔길 지나 월영대를 지난다.
월영대(月影臺)는 달이 훤하게 뜨는 밤이면
이 일대의 바위와 계곡의 물에 달빛이 비친다 해서 월영대라고 한다.
밤에 달빛에 비치는 월영대를 상상하며
대야산을 향한다.
월영대에서 거리를 가늠해 보고...
밀재까지 1.9km후 다시 대야산까지 걷는 길과
제법 가파르더라도 피아골로 해서 대야산 정상까지 바로 오르는 길 1.9km
짧게 간다.
길어봤자 1.9km걸으면 정상에 서있을테니/....
2012년 월간 윤종신 6월호수록곡으로
윤종신작사, 윤종신, 이근호작곡, 조정치편곡으로
정인씨의 음색에 딱 맞춤옷 같아
감성에 편안하게 감겨 울리는....
뭐 그런 좋은 곡
이...노래가 자꾸만 떠오른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지 몰라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 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몰라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난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크게 소리 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
산길은 정상까지 숲길이다.
기가 막힌다.
예전 피아골로 내려서며....이길은 습하고 께끌막이고,
지저분하여 걷고 싶지 않았던 길이었다는게 이제야 생각난다.
이 길은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
그래도 오른다.
가파르다.
예전 밧줄 한줄 붙잡고 용을쓰며 오르내리던길에
나무계단이 각을 바짝세우며 놓여있다.
발 걸음을 옮기면서 쳐다보니 산 암릉이 놓인 능선이 보인다.
녹음이 짙게 드리운 숲에 둘러싸인 암석들
그 유려한 선들이 모인 대야산이 보인다.
노랫말처럼
아득한 저 끝은 보지않고...한걸음 한걸음씩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이 산 정상에 올랐다.
백두대간 중간에 위치한 대야산은 930m다.
대간길인데....북쪽 불란치재, 곰넘이봉으로 가는 길은 막혀있다.
정상 너럭바위위에서 쉬면서...
백두대간이 지나는 산 모습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여름산, 산그리매로 묻어난다
정상에 한참 머물렀으니 이젠 하산.
올라온 피아골을 되짚어 내려선다.
하산하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가 않다.
지난주 내린 폭우에 산이 머금었던 맑은 물이 쏟아진다.
여름계곡은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
계곡속으로 들어간다.
산은 힘들지 않았는데...힘든 산행이었다.
대야산과 산아래 계곡은 아름답고
능선엔 암봉, 암릉들이 줄이어 있고,
산 모습이 변화가 많아 주위 조망이 매우 좋기는 해도
무덥고 습한날씨와 과음으로 인한 숙취가 산길을 방해한 날..
힘든 길이었지만
그래도 맑은 계류에 서너번 들어갔다 나오니
가뿐 숨 헐떡이며 올랐던 ‘산맛’과
백두대간 둘러보는 ‘눈맛’이 아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