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돛대바위 찾아 헤매記 Ver.2,
팔공산 돛대바위 찾아 오르는 길.
가보지 못했던 벼랑길 찾는 즐거움.
http://blog.daum.net/bong-eun/285
2014년 2월, 눈 덮힌 팔공산에서 길을 잃었다.
진불암에서 돛대바위로 오르는 길이었고
능선을 하나 지나 새미난골인듯한 골짜기에서 눈 덮힌 능선을 바짝 치고 올라갔지만,
벼랑과 암벽에 후퇴할수 밖에 없던 돛대바위 오르는 길이었다.
2017. 7. 2. 일요일
팔공산을 찾으면 느긋해진다.
몇해전 길을 찾다 눈덮힌 산속만 헤매었던
진불암에서 돛대바위로 오르는 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 분의 리딩으로 간다.
팔공이란 이름은
대구, 칠곡, 인동(현재 구미 인의동 일대), 신령, 의흥, 영천, 하양, 경산 등 여덟 마을에 걸쳐 있어
유래한다는 설과,
신숭겸을 비롯한 태조 왕건의 충복 8명이 여기서 견훤과 맞서 싸우다가 전사했다 하여
팔공산이라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여덟 마을중 신령 치산지구에서 계곡을 따라 가파른 도로를 올라
수도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산폭포쪽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꿩의 산이다
마을 주위의 지형이 꿩이 쪼그리고 앉아 있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치산리고
팔공산에서 흘러내려 물이 가장 풍부한 계곡 치산계곡이다.
뉴스는 어제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호들갑스럽지만
....여기는 아직 비가 안내리고
계곡이 말랐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계곡물은 흐른다.
치산계곡 물가에서 시원한 산바람에 취하면 낭만이 있다.
팔공산은 대부분 대구 방면에서 오른다.
산의 남쪽, 대구에서 오르는 등산로는 많고
산의 북쪽, 군위나 영천에서 오르는 길은 몇 없다.
군위나 영천에서 오르면 만나는 높은 봉우리 공산성(산성산)에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팔공산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부드러운 속살은 북사면에 있다.
은밀한 속살 같은 숲을 찾아 들면
비스듬이 누운 너른 암반위로 낙차 큰 폭포가 있다.
치산폭포라고도 하는 공산폭포.
팔공산에 산재해 있는 폭포 가운데 낙차가 가장 크고 낙수가 풍부한데
올해 가뭄이 얼마나 심한지 공산폭포의 수량도 부족해 물이끼가 끼였다.
산길이 한적하다.
녹음이 가득한 숲과
쉬었다 가고픈 넓은 암반이 골짜기를 메우고 있다.
진불암에 이르는 길은 상냥하다.
완만한 오르막으로 인사를 건네며
숲은 점점 짙어진다.
북사면답지 않게 환한 산길이다.
은수교를 지난다.
은수교(隱水橋)는 우기엔 물이 넘치고 가물면 물이 숨는 다리라고 한다.
바짝 말라있다.
산중 진불암은 공사중이다.
포크레인이나 각종 공사자재는 헬기로 옮겨다 놓았다.
팔공산(1,193m)정상 비로봉 북동쪽 사면에 아담한 절집 하나.
적멸보궁 진불암이다.
적멸보궁 사리탑은 본채 뒷편에 새로 만들었다.
진불암 뒷봉우리.....
경사각이 크고 슬랩지대가 많다.
술랩지대 중간으로 오르면 돛대바위가 있는 능선으로 오를수 있다.
진불암에서 돛대바위를 올라갔던 이들의 글을 보면
대부분 진불암에서 돌아나와 새미난골로 이동한 후 슬랩지대 가운데로 오른다고 하는데....
이번엔 새미난골로 가지 않고 진불암 우측 산줄기를 타고 바로 치고 올라간다.
이길은 처음에는 길이 뚜렷해 보이지만
곧 암릉이 조금씩 나타나고 길은 점점 희미해진다.
리딩하시는 분은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길을 찾아가는 것 같다.
제법 올라왔는지 좌측으로 산등성이를 우회한다.
간간이 쓰러진 나무를 피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지나고
경사가 심한 낙엽쌓인 길에선 나무둥지를 부여잡고 길을 만들며 나간다.
암벽을 만날때까지....
슬랩지대를 만났다.
나무가지에 시그널 몇개 걸려있어....제대로 찾아온듯한 느낌은 있지만,
길은 아닌데...억지로 길이 만들어진것 같다.
암벽 사이로 자라난 나뭇가지와 암벽을 당기며 발로 딛고 일어서며 조금씩 올라간다.
가뿐 호흡으로 암벽위로 올라서면 다시 암벽이 나타나고.....
경사심한 비탈길에 나무둥치 부여잡고 한숨돌리며
구름이고있는 반대편 장군봉 능선을 쳐다본다.
능선이 물결 친다.
다시 출발....
급격한 경사와 깊은 벼랑, 다져지지 않은 길과 쌓인 낙엽으로 쉽지 않다.
전신 근육을 사용하여 오른다.
장마철..... 아직 비가 내리질 않은것에 감사한다.
이 길에서, 이 벼랑에서 비를 만났다면 큰일이었을테니....
정신없이 오르다 돛대바위를 만났다.
만나고 싶었던,,,,
바위 위로 오르자 사방이 트였다.
운무가 가득 밀려오는 걸어가야할 능선과
돛대바위 위로 저 위 능선의 떡바위가 희미하게 놓여있다.
떡바위에서 뻗어내리는 지능선까지 구름이 내려앉는다.
돛대바위.
바위 위로 아래로 이리저리 내려서고 올라서길 반복한 후,
군부대가 있는 산성봉 향한 힘센 오르막이
숨 돌릴 틈 주지 않고 덮쳐온다.
거친 호흡으로 전투하듯 올라서자 군부대 참호가 위치한 산성산이다.
회오리치는 산바람에 몸도 일렁인다.
구름이 짙어 20~30m앞 공군부대가 보이지 않다가 순간적으로
휭~~다시 바람이 몰아치면 바로 앞에 군부대 철책이 확 나타난다.
흠뻑 쏟은 땀에 대한 보상은 조망인데
3m 앞을 보기도 힘드니 시원한 바람에 만족해야 한다.
떡바위 가는길을 뒤로하고 비로봉으로 스며드는 산길을 걷는다.
하늘정원과 비로봉을 연결하는 임도로 빠져나왔다.
임도 한켠에서 점심을 먹으며....비로봉 통신탑들도 짙은 구름에 숨어버린다.
비가 내린다.
레이다기지가 있는 산성봉은 여전히 구름과 뒹굴고 있다.
비로봉을 향한 임도길.....일본조팝나무가 한창이다.
비로봉을 거쳐 동봉가는길.....
편한 임도길을 버려두고 또 다시 샛길로 들어선다.
이 샛길은 예전 비로봉 통신탑부근을 통제할대 우회하던길인데..이젠 묵은길이 되어 있다.
묵은길 바로 위로 비로봉 통신 철탑이 솟았다.
예전엔 누군가가 다녔겠지만 이젠 희미해져가고
산짐승들이 다니는 길로 변해있다.
바로 앞에 걸어가던 이도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린다.
묵은길은 어느순간 비로봉과 동봉 중간...장군메기로 툭 튀어나와버린다.
비가 제법 내린다.
카메라는 배낭속에 넣고
가파르지 않은 산길 따라 약사여래입상에서 수도사로 내려오면
수도사엔 수국이 한창이다.
일본조팝나무처럼 수국도 수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을 완성하여
초여름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가보지 못한 곳이 그리워 찾아드는 길은
걷는만큼 행복해 지는 순간들로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