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산 이야기

칠선계곡, 지리산의 가을속으로!

벽우™ 2016. 10. 25. 17:44




칠선계곡(지리산: 함양)

 만산홍엽....가을이 머문자리.

대한민국3대계곡.

 


단풍 들어야 가을 온 거다.

설악으로부터 단풍소식이 들려오더니

지리에 이른다.

이러니, 이제 슬슬 단풍 구경 떠나야 할 때다.

 







2016.  10.  23. 일요일

지리산엔 비

칠성계곡-초암능선 ; 9시간20분.




칠선 계곡은 아무 때나,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북으로 곧장 떨어져 내리는 칠선계곡은

겨울이면 북향의 깊은 골짝이라 적설량이 많고 기온이 급강하하고,

여름에는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계곡물이 넘쳐서 급격한 지형변화로 조난사고의 우려가 높아

늦봄과 가을에만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고한다.




추성동을 지나면 왼쪽으로 국골이 흘러내린다.

움푹 파인 국골은 초암능선과 두류능선을 좌우로 갈라놓고 있다.


추성동을 출발해 칠선계곡 정통루트를 따라 대륙폭포에 이르고

이후 대륙폭포골로 하봉으로 올라 국골로 하산할 예정이다.

칠선계곡은 처음이다.
























추성동을 지나자 나뭇잎들이 조금씩 탈색되어간다.

 두지동까지 휘적휘적 걸어간다.


두지동(일명 두지터).

오래전 화전민들이 기거했던 산골마을이지만 지금은 몇몇가구가 농사와 민박을 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

옛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이웃 국골에서 진을 치고 있을 때

 식량창고로 사용했다는 설과 지형 자체가 쌀 뒤주를 닮았다는 설이 있는 곳이다.




이른 시간 두지산장을 지난다.



 













선녀탕으로 향하던 산길은 어느순간 계곡과 멀어져 버렸다.
















멀어졌던 산길이 계곡과 교차하며

 오아시스처럼 용소를 만났다.








깊고 푸른 소

선녀탕이다. 

선녀와 나무꾼 설화의 원형이 된 듯 한 전설이 있다고....

목욕하는 선녀의 옷을 훔친 곰,

그 옷을 찾아준 사향노루의 전설이 깃든 곳으로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는 칠선계곡에서 살게 해 주고

곰은 이웃의 국골로 내쫓았다는 이야기다.

산길을 이어가면 비선담이니 아마도 옷을 찾은 선녀가 하늘나라로 올라갔을 것이다.


선녀탕에는 가을이 내려 앉았다.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전해오는 선녀탕(해발620m)부터는

물길을 옆에 두고 올라간다.

선녀탕 바로 위에는 선녀탕보다 더 넓고 깊은 옥녀탕(해발650m)이 기다린다.




옥녀탕.

유난히 맑고 푸른 탕으로 옥녀탕으로 쏟아내는 와폭 또한 일품이다.




















목욕한 선녀들이 하늘로 올랐다는 비선담(해발710m)은

옥녀탕과 규모는 비슷하다.
















비선교를 지나면 다시 숲길.

소와 와폭의 연속으로 비경이 이어진다.

떨어지기 직전 소용돌이를 치는 폭포,

두 갈래로 유유히 떨어지는 쌍폭 등과

선녀탕이나 옥녀탕에 견줘도 하등 손색없는 소가

시선을 빼앗고

칠선계곡을 두고 흔히 '7폭 33소와 담'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걷는다.












 
















천왕봉까지 특별보호구로 지정된 구간을 들어선다.

 숲이 확연히 다르다.

더욱 짙어지고 길은 좁아지며

발밑에는 물기 머금은 이끼가 널브러진 돌과 나무 밑둥치를 감싸고 있다.

산죽은 제멋대로 자라 길마저 막고 있다.



















반복되는 이끼 수북한 산죽 숲길을 지나 물길을 몇번 건넌다.


쏟아지는 물소리에 그리 힘들지는 않다.

 길이 없을 곳으로 길이 이어진다. 
칠선계곡은 특히 태풍이나 장마철이면 하루 사이에 물길이 달라지고,

길이 없어진다고 했다.

천왕봉에서 시작하여 내리꽂히는 물줄기가

집채만 한 바위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대는 것이다.

아슬아슬한 바위 벼랑 위로 길이 나 있다.

작은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도 넉넉해 이끼를 푸르게 키웠다.

계곡이 점점 깊어진다.



  















여러차례 작은 폭포를 지나 우렁찬 굉음에 이끌려 물가로 내려선다.

칠선폭포다.

그 당당함은 이름 그대로 칠선계곡의 얼굴이 되었다.























 

칠선폭포를 거슬러 오를때 운무가 짙어지고

안개비가 된다.

 









칠선계곡 최대 규모인 대륙폭포를 만난다.

지난 1964년 칠선계곡을 탐사하던 부산의 대륙산악회가 명명한 이 폭포는

약 15m 높이에서 하얀 물줄기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진다.

아름답고 우아하다.









































빗방울이 제법 굵어진다.















대륙폭포 이후 산길은 험하면서 가파르다.

천왕봉방향을 버리고 대륙폭포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능선 하나 치고 오른다고 생각하고 올라가지만 

시야는 갖히고 오름길은 언제끝날지 기약이 없다.

길은 언제부턴가 사라졌고 비에젖은 바위는 미끄럽다.

작은 계곡 이쪽 저쪽을 수없이 건너며 발길을 옮긴다.





















 이 계곡은 불친절하다.

도도하고 콧대도 높다.

깊이 들어갈수록  골이 깊고 험해져

죽음의 계곡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험준하다.
















계곡 폭이 좁고 유량은 줄어들었지만

낙엽에 가려 발이 빠지기 일쑤다.

이끼 낀 크고 작은 돌길과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들도 넘어야 하고

외나무다리도 건너고

 덩치 큰 너덜길을 헤쳐나가기도 한다.























.


없던 길 만들며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산죽밭 올라붙여 능선에 닿으면

볼것하나없는 바위 덩어리 하나, 촛대봉 정상으로 올랐다......


이젠 어디로?

비가 내리니 국골은 미끄러울테고.....

능선을 잡고 내려오는 것이 쉬운 초암능선을 걸어 추성동으로 회귀한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잿빛 운무속이지만

폭신한 초암능선을 길게 걸어 하산한다.










길이 끊어진 능선허리를 타고 계곡으로 무사히 내려섰더니

헐........

이 계곡이 아닌가봐..

다시 좌측 산비탈 치받아 올라 등로에 접속한다. 











여전히 능선은 구름에 갇혀있다.








(산길 표시는 드래곤님 자료....펌)


      



지리산에 가을이 찾아 들었다.

단풍이 꼭대기부터 산을 물들이며 내려오더니

이젠 6부 능선까지 추색이다.

지리산의 가을 하면 피아골 계곡의 불타는 단풍을 떠올리지만,

칠선 계곡의 단풍도 좋다.

사시사철 맑고 아름답지만 7개 폭포와 33개 소(沼)에

 울긋불긋한 산 그림자가 어리고

단풍잎이 물위에 떠 흐르는 이 맘 때가 좋다.


칠선계곡에 가을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