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공룡능선 딛고 올라서면 화엄벌엔 봄오는 소리가,
천성산(922m, 양산)
마른 억새 휘날리며 봄이 오려나.
겨울은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면
온기를 감싸 안으며 봄 마중을 나간다.
따뜻한 남쪽에서 은근히 들려오는...
통도사 홍매화 소식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니
그렇게 오는 봄을 찾아나선다
2016. 2. 27. 토요일
내원사-공룡능선-짚북재-천성산2봉-은수고개-천성산-화엄벌-홍룡사
12.5km, 6시간30분 소요.
산행은 내원사 매표소에서 시작한다.
맑은 계곡물이 이끼 낀 바위를 타고 쉼없이 흘러 내린다.
수량이 풍부하고 곳곳에 쉬어 갈 만한 너럭바위가 널려 있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바람은 많이 불지만 벌써 차가운 날씨는 아니다.
매년 찾게되는 천성산..
최근엔 하늘릿지로 올라 천성산2봉을 거쳐 법수원계곡으로 갔으니
이번엔 공룡으로 올라 천성산2봉과 천성산, 화엄벌을 차례로 거쳐 홍룡사까지 걷는 길이다.
2014년 가을.. 하늘릿지로 오른 천성산2봉 http://blog.daum.net/bong-eun/344
성불암계곡의 초입에서 좌측 된비알로 치고 오르면 천성산 공룡능선이다.
간월 공룡이나 신불 공룡에 비해 험난하지는 않지만
공룡은 침니처럼 뾰족하게 솟은 5∼6개의 연봉이 공룡의 등날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능선은 말 그대로 들쭉날쭉한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때론 가풀막으로,
때론 직벽사이 밧줄을 잡고 오르다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공룡능선에 접어들면 바로 가파른 길로 이어지다가
바위산이 직각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다.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면 밧줄 하나 매여있지만 밧줄보다는
바위에 나있는 홀더를 잡고 발을걸칠 지점을 찾아가며 오르는편이 더 안전하다.
천성산 공룡능선의 직벽구간...
이곳만 통과하면 어려운 구간은 없다.
능선이 삐죽이 솟았다가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봉우리에 올라서 내려다 보면 막힘이 없어 깊은 속살이 죄다 드러나 보인다.
공룡능선은 암봉이니 조망권은 확실하다.
발밑에는 속세가 한없이 펼쳐지고,
또 다른 바위에서는 삐죽히 솟은 지나온 능선이 펼쳐진다.
우측으로 중앙능선과 그너머에 있는 누런 화엄벌이 아득하게 보인다.
공룡눙선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것 같다..
119구조목에 누군가 매직으로 짚북봉이라 적어 놓았다.
짚북봉으로 지나면서 짚북재까지는 참나무 낙엽이 두텁게 쌓인 오솔길이다.
짚북재.
고개치고는 넓다.
당나라 승려 1천 명이 원효 대사의 설법을 듣기 위해 천성산에 모였다.
하지만 한곳에 수용하기가 힘들어 산내 암자 89곳에 분산시켰다.
이 때문에 원효는 설법을 하기 위해 고갯마루에 큰 북을 설치해 울렸는데, 그곳이 바로 짚북재다.
그리고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는 천성산에서 가장 넓은 화엄벌이다.
그런데 짚북재 대신 집북재라는 이름도 같이 쓴다.
119 푯말에도 '집북재'로 표기돼 있다.
북을 설치해 사람들을 모았으니 '모을 집(集)'자를 써서 집북재라고 했다고도 하고
또 어디에는 '짚으로 만든 북'을 쳤다고 해서 짚북재라 하기도 한단다.
짚북재에서 천성산2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목재테크가 비탈길마다 놓여 있다.
걸어온 공룡능선 돌아보기.
천성산2봉(855m)
비로봉이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천성산 정상과 억새밭
은수고개
천성산2봉에서 천성산으로 가려면 은수고개를 지나야 하는데,
임도를 따라가기 보다는 산길을 걸어야 갈림길을 놓치지 않는다.
은수고개를 거쳐 천성산을 오르다가 (1.5km)보면
천성산과 천성산2봉은 전혀 다른 느낌의 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상은 오랫동안 군부대로 사용된 까닭에 평평하고 넓다.
1960년대 설치된 부대는 2003년 이곳을 떠났다.
지금은 막사조차 다 철거되고, 녹슨 철망 일부와 '필승' 표석만이 남았다.
정상 바로 아래의 넓은 군 부지는 지세 회복을 위해 아직 출입을 막고 있어, 잡초가 무성한 푸서리가 됐다
울타리 사이로 뚫어 놓은 '개구멍'을 통해 알음알음 정상을 밟았었는데
지금은 지뢰매설지역 가운데로 펜스를 쳐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지만,
아직 부대 외곽 철조망등은 수년째 방치돼 있다.
대표적인 고산습지인 화엄늪을 걷는다.
천성산 정상부에 펼쳐진 화엄늪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산지습지로 2002년 2월 1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습지보호지역 면적은 12만4천384㎡지만 실제 물이 있는 주 습지는 150×50m에 불과하다고 한다.
늪은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1천명에게 화엄경을 설법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는
화엄벌 내에 위치하고 있어 ‘화엄늪’으로 명명했다.
화엄늪은 높은 고도의 산지임에도 다양한 습지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기온이 낮고 수분이 많은 습지 특성상 식물이 죽은 후에도 육지와는 다르게 썩거나 문제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 짙은 갈색의 층을 이루는 ‘이탄층(泥炭層)’이 폭넓게 형성돼
같은 장소에서 시간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생물군락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습지의 천이과정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생태학적, 경제학적뿐만 아니라 자연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등산로 주위로 벌목작업을 해 시야가 편안해진 능선길을 내려오면
천성산 남서쪽 기슭에 홍룡사라는 절집이 있고
이 홍룡사에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탄듯한 홍룡폭포가 많은 수량을 내뿜으로며 흘러내리고 있다.
천성산의 원래 이름은 원적산이었으나,
1000명의 승려 모두가 도를 깨우치고 성인이 됐다 해서 천성산(千聖山)으로 바뀌었다고 하듯이
이 절집또한 무지개 홍(虹)자에 젖을 롱(瀧)자를 써 ‘무지개에 젖은 절집’이란 뜻의 홍롱사였다가
‘홍롱’보다는 ‘홍룡’의 발음이 편하기 때문에 홍룡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가파른 계곡 위에 축대를 쌓아 대웅전을 만들고, 산신각이 세워져 있고
절집앞엔 굵은 대나무가 푸름을 자랑하고 있다
원효벌을 지나며 봄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바람이 차갑지 않고, 햇살은 따뜻해져 있다.
눈이 녹은 길은 가끔 질척거리기도 하지만
시원하게 쏟아지는 홍룡폭포의 물줄기가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는 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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