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여행 이야기

걷는 길, 낙동강 비경길...

벽우™ 2015. 12. 3. 10:36

 

 

낙동강 비경길...

 기찻길 따라 느린 시간속으로 걷는다. 

 

 

느리다.

해서......느리게 걷다가,

 

 

조그마한 간이역에 멈춰서 있다.

서성대는 사람조차 드문 산골역.

 

시간이 멈췄고,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의 고단함은 전혀 모르는 듯,

세월 모르는 풍경이다.

 

 

 

 

 

오지라고 한다.

기차를 타고 지날 수는 있어도 걷거나 차를 타고 갈 수는 없는…이 곳. 

 

2015.  11.  29. 일요일

눈 없이 흐린날.

승부역-(낙동강 세평하늘길)-양원-(체르마트길)-비동승강장-(가호가는길)-분천역.

약 12KM

 

 

길은 소통이라 했다.

애초에 멧돼지며 고라니의 발자국이 있었을테고,

그 흔적을 사람이 쫓는다.

그러다 보면 그 흔적은 통로가 되고 그게 다시 나무꾼을 불러들이며 조금씩 넓혀졌을테고...

그렇게 차가 다니는 길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이 생략되었다.

나무꾼 길조차 없는데 철로가 만들어 졌다.

덕분에 역 주변엔 마을도 생기고....

하지만 이웃한 두 곳은 여직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 상태다.

낙동강 상류 급물살과 그게 관통하는 험준한 협곡과 높은 산이 굽이 돌아서 막아 버린 탓이다.

 

영동선 철도가 지나는 경북 봉화군 소천면의 두 마을,

승부와 양원이다.

 

 

태백을 지난 황지천이 철암에서 남행하며 비로소 낙동강이란 이름을 얻은 급류가 되었다.
철암에서 남쪽으로 20km정도......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승부역이 있다.

절벽을 깍아 어렵사리 확보한 손바닥만한 역이다.

 

 

 

 

 

승부역앞 출렁다리를 거너면 차가 다닐수 있는 포장 도로가 있다.

그 길을 따라 가면....양원이 아닌 분천으로 바로 가게 된다.

양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철길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 걷는다.

낙동강 비경길이다.

물가 옆으로 나있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이

스스로 생겨나고...스스로 모습을 갖춰간 자연..그대로의 자연이다.

 

협곡 양편의 거대한 석회암 절벽과 두껍게 쌓인 낙엽의 산길은 포근하다.

 

 

 낙동강 비경길

낙동강 비경길은.... 승부역에서 양원역 까지의 약 5.6km '세평하늘길'과

 양원역과 분천역 사이 7.2㎞ 구간에 있던 ‘가호 가는 길’중 일부인

양원역과 비동승강장 까지의 2.2km에 달하는 '체르마트길'을 포함한 트레킹 코스다.

 

세평하늘길 (승부역 ⇔ 양원역 5.6km 구간)

기차가 아니면 접근 할 수 없는 곳으로 낙동강 상류의 비경이 철길을 따라

환상적으로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산과 기차, 그리고 江 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고 하고....

어제 걸었던 무등산도 눈으로 덮혀 있었기에

은근한 기대를 품고 찾은 길인데....,

 

 

 

 

 

 

 

 

 

 

 

 

 

 

 

 

 

 

 

 

 

 

 

길은 강가로, 산중으로 그러다 철길 옆으로 이어진다.

강의 흐름은 느긋하다.

초겨울 한낮의 싸~한 바람에 갈대는 몸을 꼿꼿히 세운다.

강 따라 걷는 발길은 가볍다.

시야는 툭 트이고 길은 평지다.

그러나 이내 길은 협곡의 물가로 이어지고 바위를 부숴 새로 낸 길은 돌무더기를 이뤄 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철길과 물길 사이로 작은길이 있다.

철길도 단선이다.

맑은 물이 흐른다.

사방을 둘러친 협곡의 모습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낙석의 위험때문에 철길을 부분부분 콘크리트로 덮었다.

철길과 낙동강 상류의 물길, 그리고 산길이 어우러져 있다.

 

 

 

 

 

 

 

 

남부지방은 날씨가 포근하지만,

이곳 봉화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추운곳이다.

 

 

 

 

 

 

 

 

 

 

 

 

 

 

길은 강을따라 협곡 안으로 이어진다.

협곡 절벽에서 끊긴듯 하다 다시 절벽을 오르내리는 계단을 놓아 저곳과 연결시켜 놓았다.

물가의 통로에는 협곡절벽 가장자리에 설치한 잔도도 놓였다.

험준한 지형.

잔도를 거쳐야 양원으로 갈수 있다

 

 

 

 

 

 

 

 

 

 

 

 

 

 

 

 

 

 

 

 

 

 

 

 

 

 

 

 

 

 

 

 

 

 

 

 

 

 

 

 

 

 

 

 

 

 

 

 

 

 

 

 

 

 

 

 

양원역에 도달하면

민자역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낙동강 양편에 위치한 원덕마을은 애초에 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걸 일제가 동편은 울진, 서편은 봉화군에 편입시켰지만

그래도 두 마을은 하나였다고.

다리를 놓아 왕래하며 장(철암 춘양)도 함께 보고….

그러다 철도가 놓였다.

하지만 이곳엔 열차가 서지 않아 이 마을 사람들 중 열세 명이나 열차사고로 숨졌다.

열차가 서지 않기에 승부역에서 내려 철길로 걸어오다가 터널에서 당한 사고라고 했다.


주민들은 역을 세워 달라고 끊임없이 진정했다. 그러다 1988년에 역 대신 열차를 세워주겠다(무궁화호 하루 4회)는 것.

‘양원 임시승강장’은 그렇게 생겨났다.

주민들은 하도 반가워 스스로 역사를 짓겠다고 나섰다.

곡괭이 삽을 들고 나와 승강장도 만들고 게딱지만 한 대합실도 지었다.

지금도 승강장이 있는데 한국철도 사상 최초의 민자역사다.

그 역사는 그 안에 빼곡히 적혀 있다

  

 

양원역에는 먹거리 장터가 있다.

알루미늄 양푼의 잔술(1000원)도 허기를 달래줄 국밥도 있다해서

도시락도 없이 찾았더니.....

협곡열차 12월 중순까지 검사로 다니질 않아 임시 휴업중이다.

 

 

 

 

 

 

 

 

양원역을지나면 승부역 반대편으로 다시 길이 있다.

체르마트길.

원래 이름은 분천역과 양원역 사이 7.2㎞ 구간에 있던 ‘가호 가는 길’이었는데

분천역이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하면서 이를 기념해 ‘체르마트길’이란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체르마트길 (양원역 ⇔ 비동승강장 2.2km 구간)

산골마을과 작은 고개를 넘어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는 여정이

알프스를 걷는 둣한 기분이라 하여 체르마트길이라 이름 붙여졌다.

체르마트길은 비동승강장에서 양원역가지의 2.2km 구간이다.

 

 

 

 

 

 

 

 

 

 

 

 

 

 

 

 

 

 

 

 

 

 

 

 

 

 

 

 

 

 

 

 

길의 끝은 분천역이다.

낙동정맥 트레일 12km를 걸으니 분천역에 이른다.

 

 

 

 

 

 

 

 

 

 

 

경북 봉화는 오지다.

전북 무진장(무주·진안·장수)처럼 경북의 BYC(봉화·영양·청송)라 불리는 곳이다.

중앙고속도로가 놓이고 36번 국도가 확장되어 접근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닿기 힘든 곳이었는데,

이젠 낙동강 세평하늘길, 체르마트길, 그리고 분천역이 낙동강비경 협곡열차 시발역이 됨으로 해서 많이 변했다.

스위스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어 산타마을도 조성해 놓았고.... 

 

 

 

 

 

 

 

 

 

 

 

 

 

 

 

 

 

 

 

 

 

 

 

 

 

 

 

 

 

 

 

 

 

 

 

 

기차가 아니면 접근 할 수 없었던 곳이었다.

낙동강 상류의 철길을 따라 놓여진 길이다.

산과 기차, 그리고 강이 어우러지고

거대한 뼝대의 우아한 자태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는 곳이다.

절벽 중간에 아스라이 뿌리박은 많은 소나무.

강가를 걷는 동안 철길 터널 하나 지나고....

다시 또 터널....

그렇게 

바람 휑한 강가를 시간을 늦추며 걸어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