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경북의산

청량산....이 가을에 안기면,

벽우™ 2015. 10. 19. 14:26

  

 

청량산(870m, 봉화)

淸 凉 逍 遙

 가을, 산중에서 잘 익어가는 바람만나면.....무얼 이야기 할까?

 

 


 

 

 

 

 

기억속...

젊은 시절의 산 하나가 있다.

대학1학년 여름.....

고등학교 친구 3명과 함께

배낭하나 짊어지고, 텐트 잘 접어 배낭위에 올리고...

주머니엔 만원권 한두장,

5박6일 여정으로 경상북도 북부지방 도보(무전)여행 떠났었다.

봉화-울진-영덕으로 이어지는 굽이치는 산길과 바닷길,

출발점이었던 청량산이다.

당시에는 찾는이 거의 없어

산이며, 강이며, 마을이 포장되지도 않았고,

깊은 산골 그 것뿐이었었다.

산 앞 강가에 텐트치고 산 전부를 다 가진 듯이..

그렇게 기억에 남아있는 청량산이었는데,

이 산은 찾을때마다 길 형태가... 또 산 주변이 자꾸만 바뀌어 간다.

바뀌다... 바뀌다,

이젠 산 전체가 포장되어 버린 산이다.

 

 

2015.  10.  17. 맑고 좋은날.

입석-청량사-뒷실고개-하늘다리-청량산(장인봉)-선학봉-연적봉-탁필봉-자소봉-경일봉-금탑봉-어풍대-응진전-입석

원점회귀, 逍遙산행.

 

 

 

 

 

 

 

 

한달 남짓....짧은시간 동안 즐기는 단풍이다.

혹여 시기를 놓쳐버리면 아쉬움이 남으니,

그런 아쉬움이 남기전에 단풍에 물든 청량산(淸凉山)으로 간다.

 

짧은 가을을 지나며, 

시원한 바람이 분다.

 

청량산이라… 맑을 청(淸)과 서늘할 량(凉)을 되뇌었을 뿐인데,

바람 따라 마음은 이미 청량산에 안겼다.

 

 

청량산 도립공원 깊숙한 곳....

우뚝 서있는 바위라는 "입석"이다.

 

 

입석주차장에 주차후

금탑봉 옆 능선을 돌아 청량사로 간다.

 

산행코스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일단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지 않게끔 길을 잡는다. 

 

 

 

 

 

 

 

 

 

 

 

청량사로 가는 도중 서서히 운무가 걷힌다.

 

 

 

 

 

금탑봉 산허리를 돌아 굽이 돌면 ‘청량사’가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절터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전해지고,

그 주위의 풍경이 시원하다.

 

 

청량정사와 옆 산꾼의집..

지나는 이들에게 무료로 차 대접한다는 산꾼의 집은 다음에....

(조금 늦게 산길을 걸으면 단풍 구경 나선 많은 산님들속에 묻혀 걸어야 하니....)

 

 

 

 

 

 

 

 

 

 

 

 

 

 

조선시대 이전의 청량산은 불심이 가득한 산이었다고 한다.

봉우리 이름도 보살봉, 의상봉, 반야봉, 원효봉 등으로 지어졌었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와 유교식으로 고쳐졌다고..

이후 퇴계 이황이 청량산 봉우리를 중국의 무이산과 연관시키면서 ‘육육봉’으로 부르는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육육봉은 청량산 최고봉인 장인봉을 비롯해

외장인봉·선학봉·축융봉·경일봉·금탑봉·자란봉·자소봉·연적봉·연화봉·탁필봉·향로봉 등 12개 봉우리로

봉우리 이름은 거의가 조선조 주세붕 선생이 지었다고 한다. 

 

 

  청량사에 당도할 즈음...

연화봉은 벌써부터 반짝인다.

 

 

가을햇살이 금탑봉 너머 청량사 5층석탑에 부딪히는 시간에 청량사에 이르렀다.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 (663)에 창건된 고찰로,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음지는 시원하고 양지는 따뜻하다.

이런 가을은 누군가가 등을 떠미는 듯 문밖으로 나서기가 쉽다.

파란 하늘은 맘 놓고 떠나라며 맑기만 하다.

 

 

 고려시대 홍건적의 난을 피해 봉화로 피신한 공민왕과 노국공주가 청량산에 머물었다고 한다.

청량사 유리보전의 현판은 공민왕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청량사에서 뒷실고개로 오르는 길은 반복적인 계단길이다.

산의 경사가 심해 버팀목을 갖추지 않으면 비가 올때면 흙이 쓸려 내려가

깊이 파이기 때문일테지만,

그렇더라도 포장이 너무 많이 되어 있다.

청량폭포로 내려서는 길도 이럴지니,

오늘은 그길을 버리고 그나마 포장이 덜 된 곳으로 찾아 갈 계획이다.

 

 

 

 

 

 

 

 

 

 

 

 

 

 

 

 

 

 

 

 

 뒷실고개에서 능선을 따라 봉우리에 오르면 자란봉이다.

자란봉은 청량산 중에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아담한 봉우리로

`자색의 난새가 마치 춤을 추는 모습과 흡사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정상석 없음)

 

 

 자란봉과 건너편 선학봉 사이에 하늘다리가 놓여있다.

2008년에 완공된 청량산 하늘다리는 길이가 90m로 최근 완공된 구봉산 하늘다리가 생기기전에는

가장 긴 산악현수교였다.

 

하늘다리에서는 풍경이 넓게 보인다.

아래로 시원하게 뻗은 계곡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풍경,

그 속 하나하나가 경이롭고,

나뭇잎 가득 쌓인 협곡의 그윽함까지도 좋다.

 

 

 

 

 

 하늘다리에 올라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다리 건너 서편으로 학가산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일월산은 안 보일테니..

축융봉 너머 흥림산...같기도 하고,

 

 

 

 

 

 

 

 

 

 

 

 

 

 

 

 

 

 청량산 장인봉(淸凉山·870m)다.

 

1982년 경북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청량산 2007년 명승 23호로 지정됐다.

청량산은 청량사(淸凉寺)에서 따온 이름으로

맑을 ‘청(淸)’과 서늘할 ‘량(凉)’자를 쓴다.

고려시대까지 고대 불가의산이라 하여‘수산’으로 불렸으나,

조선시대부터 유가의 산 ‘청량산’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이48.76㎢로서 북한산 국립공원의 절반 정도이지만,

좁은 면적 안에 무수한 암봉들이 몸을 비비대며 들어앉아

경관의 밀도가 상당히 높다.

 

 

청량산에서 제일봉으로 일명 `의상봉`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원래 이름은 대봉이었다고.

중국 태산 장악의 장인봉에 비유하여 주세붕 선생이 지었다고 한다. 
 

 

 

 

 

 

 

 

 장인봉 전망대에서 낙동강 건너로 펼쳐진 풍경.

청량산 능선을 걸으며 연적봉..경일봉까지 가기위해 다시 장인봉과 하늘다리를 건넌다.

 

 

 

 

 

 

 

 

 

 

 

 

 

 

 

 

 

 

 

 

 

 

 

 

 

 

 

 

 

 

 

 

 

 

 

 주능선을 거닌다.

산을 훑고 올라온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온다.

주위는 소나무가 즐비해 향긋한 향에 기분 좋다.

연적봉, 탁필봉 그리고 자소봉 좁은 간격을 두고 솟았다.

 

 

 

 

 

 

  

 

 연적봉에서 탁필봉이 내려 보인다.

산봉우리 생긴 모습이 마치 붓끝을 모아 놓은 것과 같다하여 필봉이라 하였는데

조선조 주세붕 선생이 중국 여산의 탁필봉과 비교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탁필봉 정상에는 올라갈 수가 없고 밑에 만들어놓은 `탁필봉(820m)` 정상 표지석에서 위를 한번 쳐다본다. 
 

 

 

 

 

 

 

 

 

 

 

단풍으로 물든 참나무 숲을 지나 거의 수직으로 설치된 철 계단을 타고 올라 자소봉에 도착했다. 
암릉 위에 터 잡고 있는 정상표지석이 있고,

아.....지금껏 사람을 피해 다녔는데,

이곳은 시장터 같다.

 

자소봉은 일명 보살봉이라고 불리어진다. 
 

 

 

 

 

 

 

 

 

 

 

 자소봉을 지나 경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엔

그윽한 정취가 산길에 가득하다.

얼기설기 얽힌 나뭇가지와 노랗게 물든 나뭇잎 덕분에 산길이 화려하다.

경일봉으로 걷다 돌아보면 장인봉에서 자소봉으로 이어진 높은 바위정상이 우뚝하지만,

이길은 편안하고, 고요하고...오감을 통해 전해지는 산기운이 풍부한 산이다.

산속 깊이 들어가 가을에 안기는 즐거움이 있는 숲길이다.

 

 

 

 

 

 

 

 

 

 

 

 

 

 

 

 

 경일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조금 거칠다.

흙길과 자갈길이 번갈아 나타나고 

꽤 많이 내려왔다고 느껴지면 저 아래로 금탑봉이 보인다.

 

 

 

 

 

 

 

 

 

 

 

 마지막 봉우리 금탑봉

 

 

 

 

 

 

 김생굴 가는 길.

 

 

 

 

 

금탑봉에서 내려 김생굴로 간다.

신라의 명필 김생(金生)이 10년 동안 글씨를 연마했다는 곳으로,

그가 글씨를 연마한 굴을 ‘김생굴’로 불린다.

 

"굴에서 김생이 글씨를 연마한 지 9년이 됐을 즈음 김생은 세상에 나갈 채를 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떠났던 속세가 그리울 법도 했을 것이다.

이때 한 여인이 나타나 어두운 굴속에서 김생은 글씨를, 자신은 길쌈을 해서 서로의 솜씨를 겨뤄보자고 제안했다.

김생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어두운 굴에서 서로의 솜씨를 발휘했다.

결과는 김생의 패배. 처녀가 옆에 있으니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아

무튼 김생은 떠날 시기를 1년 더 뒤로 미루고 연마에 정진했다"는 설화가 굴 입구에 적혀 있다.

  

 

 

 

 

 

 

 

 

 

 

 

 

 

 

 

 

 어풍대에 서면

동선이 풍경 속에서 도드라진다.

기암의 층간을 걸었고

뒷실고개에서 자소봉의 왼편 올라가 오른쪽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선이 그려진다.

나무그늘에 앉아있는 동안 공허한 마을을 채워주는 시간이 흐르고,

일어났을 때에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청량산의 약 4부 능선 즈음에 자리한 청량사를 중심으로 한 폭마다 봉우리가 그려진 병풍이 둘러졌다.

청량산이 말할 수 없는 기이함으로 가득하고,

청량사는 형용할 수 없는 고즈넉함으로 가득하다.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숲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풍부해지고,

듬성듬성 드러난 바위마다 표정이 담겼다.

 

 

 

 

 

 

 

 

 

 

 

응진전을 지나며 금탑봉을 돌아보면 

금탑봉은 바위가 마치 9층으로 이뤄진 금탑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금탑봉으로 불린다고 한다.

층마다 소나무들이 테를 두른듯 암벽에 뿌리를 내리고 가을속을 지나고 있다.

 

 

입석으로 하산한다.

 

계획은 입석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는 축융봉을 올라

청량산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었는데,

족저근막염이 재발해 정상적인 산행을 할수가 없어

축융봉은 다음으로....

 

 

청량산은 거칠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호젓한 산길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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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은 수다스럽다.

 

단풍 곱게 물든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겨울날 준비로 바쁜 다람쥐 마른 낙옆 위로 뛰어 다닐때,

아침 햇살 비스듬히 치고 들어오면

낙엽 두툼히 덮힌 오솔길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그 황금 카펫 위를 거니는 가을 산길.

.... 그 가을산에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