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경남의산

웅석봉을 걷고있으니, 이젠 여름인가 봅니다.

벽우™ 2015. 6. 8. 17:32

 

웅석봉(1099m, 산청)

굽이진 능선을 돌아가면 우뚝 솟은 지리산에 가슴이 탁..

 

 

 

 어느순간...

봄은 끝나버리고,

철쭉도 저버렸다.

마지막 철쭉을 볼려던 태백산 산행이

전국을 공포로 몰아 넣고 있는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덕분에 취소되어

급히 찾은 조망있는 산으로 간다.

 

 

 

웅석봉(熊石峰, 1099m)은 지리산에서 흘러온 산이면서도 지리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산이다.

곰이 떨어져 죽었을 만큼 산세가 녹록잖다?

곰바위봉이라는 웅석봉.

곰처럼 생겨 웅석봉이라는 설도 있지만,

아무래도 곰 추락설이 매력있다.

 

 

 

2015.  6.  7. 일요일

땀많이 흘린 하루.

내리저수지-십자봉오거리-십자봉-웅석봉-달뜨기능선갈림길-왕재-선녀탕-내리저수지

9.5km 원점회귀산행 6시간40분소요(점심시간1시간, 물놀이 1시간 포함)

 

 

 

 

 

 

 

웅석봉은 산청군 단성면과 삼장면·산청읍 일대에 걸쳐있는 고도 1099m의 산으로,

천왕봉 줄기가 동으로 중봉과 하봉으로 이어져 쑥밭재와 깃대봉을 거쳐 밤머리재에 이르러 솟은 산이다.

옛 이름은 유산이었는데, 유산이라는 이름은 조선지도 광여도 영남지도 등에 표기되어 있다.

조선지지자료에는 유산을 우리말로 곰석산이라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의 마을 주민들은 웅석봉을 곰바위산 혹은 곰석산으로도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웅석봉 북사면 지곡 아래에는 조선시대 산음현의 대표적인 사찰인 지곡사가 통일신라 때 응진이 창건한 후 여러 차례 중창되어 자리하고 있다.

웅석봉은 1983년 산청군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내리마을에서 십자봉을 거쳐 웅석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심한 등로이다.

산행의 묘미를 살짝 맛볼 수 있는 로프도 3~4곳 나오지만,

그렇게 로프가 필요하진 않다.

그저.......심한 오르막, 그리고 또 오르막이다. 

 

 

 

 

 

 

 

오르막을 올라 잠시 평탄한 길인가 싶더니...

다시 경사각있는 오르막이다.

 

 

 

 

 

 

 

등로 따라 오르다

문득 조망이 나온다.

조망따라 고개 돌리니  

곳 산너머에 황매산이 높이 솟았다.

발 아래로 물 맑은 경호강이 산 허리를 빙빙 돌아 흐르고,

 

웅석봉은 산세 만큼 계곡도 좋은 산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곰골, 어천계곡, 청계계곡, 닥밭실골 등이 뻗어내리고 있다.

남릉에서 발원하는 백운동과 실골 같은 골짜기는 뛰어난 경관과 맑은 물로 유명하다.

작년에 이어 올 여름에도 다시 한번 백운동계곡에서 피서를 즐길 계획이다.

 

 

 

 

 

 

 

 

 십자봉에 다다르면 능선 너머로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웅석봉은 특별히 내세울 암봉 하나 없는 평범한 산세를 이루고 있지만 깊고 그윽한 품은 지리의 여느 능선 못지않게 넓고 넉넉하다.

지금은 호젓하지만 된비알의 숲그늘이 우거진 등로에 반짝이는 햇살로 그윽함도 있다.


 

 

 십자봉 암릉지대(?)

지도엔 암릉지대라지만..그냥 돌길

그래도 뒤로 웅석봉 정상이 조망되니....

 

 

 

 

 

 

 

 

 

 

 

 

 

 

 

 

 

 

 

 

 

 

 

글자대로 ‘곰바위산’이다.

워낙 가파르고 험준한 산세 때문에 곰이 떨어져 죽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산의 모양새가 곰을 닮았다 해서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이렇듯 전해오는 전설이 굳이 아니더라도 웅석봉은 곰처럼 당차게 솟아있다.

웅석봉은 남한 내륙 최고봉인 지리산 천왕봉과 가장 가깝게 마주보고 서있고,

사위를 둘러보면 사천와룡산과 의령 자굴산, 한우산도 곁에 솟았고.

합천 방면의 황매산(1104m)도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석 뒷면도 같은 그림과 글씨가 적혀있다.

 

 

 

 

 

 

 

정상 아래 어천 갈림길이 있고,

좀더 내려오면 우물 물뜨러 가는길과

헬기장지나 달뜨기능선가는길이 계속있다.

 

 

 

 

 

 

 

 

 

 

 

헬기장을 지나 

달뜨기능선 갈림길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달뜨기 능선 갈림길.

 

달뜨기 능선은 지리산 빨치산이 붙인 이름으로

지리산의 조개골과 쑥밭재 언저리에 마련한 비밀아지트에서

건너편 웅석봉 남쪽능선 너머로 떠오르는 처연한 달을 바라보며

그 아래 두고 온 고향과 식구들을 그리워 했다는 빨치산들의 한과 설움이 담겨진 이름이다.

 

 

 

돌아본 웅석봉 정상과 그 아래 십자봉. 

 

 

 

 

 

 

 

저아래 산행 기,종점인 내리저수지도 보이고 

 

 

 

 

 

 

 

 

 

 

 

지리산의 조망은 특별하다.

부챗살 같은 산 주름이 장관이고

특히 천왕봉 동남쪽의 웅혼한 산세가 감동적이고,

어깨에 어깨를 걸쳐 달리는 산봉들의 지리의 실루엣이 황홀하다.

  

 

 

밤머리재와 선녀탕 갈림길...왕재다.

선녀탕으로 하산한다.

선녀탕까지는 급경사에 자잘한 돌과 부숴진 나뭇잎들로 길이 미끄럽다.

 

 

 

 

 

 

 

왕재에서 선녀탕으로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심해 지그재그로 놓여있다.

수북히 쌓인 바스러지는 낙엽들아래로 팍팍한 돌길이 놓여있거나,

너덜겅이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서다가

오랜 가뭄에 말라버린듯한 계곡에 어느순간 물소리가 들리더니 

폭포가 나타난다. 

 

 

 

 

 

 

 

강신등폭포

산청도 가뭄이 심하다.

폭포에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폭포아래 소엔 흐린물만 고여있다. 

 

 

 

 

 

 

 

 

 

 

 

강신등폭포 바로 아래의 선녀탕.

 

크고 부드러운, 살짝 붉은빛이 감도는 바윗돌들을 지나온 물이 작은 폭포와 소를 만들었다.

흘러온 물처럼

하나의 소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들이 고여 있을테고,

그 이야기가 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이곳에 즐기며

한참을 머물게 된다.

 

 

 

 

 

 

 

 

 

 

 

지곡사지에서 돌아본 웅석봉. 

 

 

 

시원한 선녀탕을 떠나 임도길 걸어 지곡사지로 내려온다.

 

 

 웅석봉에 곰이 없고,

선녀탕에도 선녀가 없지만,

 

일망무제의 지리산 풍경이 있고,

땀내나는 가풀막이 있고,

능선과 능선 어깨를 맞대 불룩 솟은 봉우리가 있고,

시원한 숲길이 있는 산길이다. 

 

 

 

깔딱고개

이성부

내 몸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하는 길입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올라오라고
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이리 고되고 숨 가쁜 것 피해 갈 수는 없으므로
이것들을 다독거려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무둥치를 붙잡고 잠시 멈추어 섭니다
내가 올라왔던 길 되돌아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워 나는 그만 어지럽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산길은 마침내 드러누워
나를 감싸 안을 것이니 내가 지금 길에 얽매이지 않고
길을 거느리거나 다스려서 올라가야 합니다
곧추선 길을 마음으로 눌러앉혀 어루만지듯이
고달팠던 나날들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워
그리움으로 간절하듯이
천천히 느리게 가비얍게
자주 멈춰 서서 숨 고른 다음 올라갑니다
내가 살아왔던 길 그때마다 환히 내려다보여
나의 무거움도 조금씩 덜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