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여행 이야기

하동으로의 여행(1)....토지문학기행

벽우™ 2014. 11. 25. 09:42

 

토지, 문향 가득한 평사리 찾아가는 길.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늦가을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을까?

산과 물, 산길과 물길이 아름다운 평사리다.

 

 

 

 

질곡의 우리 근·현대사를 조명한 대하소설 '토지'
경남 하동군의 평사리 들녘은 소설의 첫 장면이자 주요 배경이 된 곳으로

1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옛 모습을 잃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주인공 서희가 감격스런 광복을 맞이한 최 참판댁에는 숨 가쁘게 몰아쳤던 주인공들의 삶이 지금도 그대로 느껴지고,
들녘을 끼고 흐르는 섬진강도 한결같고,

민초들의 고단한 삶에 위로처가 됐던 읍내 장터의 풍경은 더 풍성해 보인다.

 

 

 

 

평사리공원-최참판댁-평사리문학관-평사리들판(악양들, 부부송)

2014. 11. 23.

 

 

'토지'의 하동 악양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달리는 19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으로 가다 보면 김동리의 단편소설 '역마'의 무대인 화개장터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을 만난다.

 

 

 

 

 

 

 

 

 

 

 

최참판댁 찾아가는길 초입에는 TV드라마 ‘토지’의 촬영 세트장으로 활용된 토지마을의 초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은 20여 편의 TV드라마와 10여 편의 영화 촬영장으로 활용됐으며

개관 이후 10년간 3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은 하동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악양들과 섬진강 물길이 한 눈에 들어오는 언덕배기에는 초가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언덕 중턱에는 고랫등 같은 기와집이 덩그렇게 자리 잡고 있다.

소설‘토지’의 장엄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가상의 건물을 새로 지은 곳이다.

하동군은 2001년 소설 ‘토지’속의 최참판댁을 고스란히 재현한 14동의 한옥을 지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총 9,529㎡부지에 들어선 최참판댁은 조선후기 반가(班家)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으며,

별당과 안채, 사랑채, 문간채, 중문채, 행랑채, 사당 등이 일자형으로 이뤄져 있다.

 

 

 

 

 

 

 

 

 

 

 

 

 

 

 

 

 

 

 

 

 

사랑채의 대청마루에 올라앉으면 평사리의 넓은 들판과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남부능선 끝단 형제봉(1천115m) 치맛자락에 안겨 있는 악양 들판의 원래 이름은 '악양 무딤이들'이었다.

나당연합군을 이끌고 백제를 침공한 소정방이 중국의 악양과 형세가 흡사해 '악양(岳陽)'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거대한 지리산 산덩이가 섬진강과 만나는, 산자락이 흘러내리는 한 곳에 갑자기 가슴이 확 터지는 편안한 들판이다.

평사리의 너른 들판, 악양들.

들판은 넓기도 하거니와 지리산 골짜기까지 깊숙이 뻗어 있다.

고소산성 인근 작은 사찰인 한산사 앞에 서면 260만㎡(80만평)의 너른 악양들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지 정리가 잘 된 들판이 눈앞에 펼쳐지고

전형적인 한국 농촌의 모습으로 우리 민족의 원형적인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는 여유로움이 깃들어 있다.

 

고(故) 박경리 선생이 ‘토지’의 배경으로 이곳 평사리를 낙점한 것 이런 것들 때문이었다는데, 

선생은 ‘토지’를 구상한 후 마땅한 무대를 물색했다고 한다.

통영에서 태어나 자라고 진주에서 수학했던 선생은 자신의 언어 때문에 경상도에서 작품의 무대를 찾으려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의 말투, 즉 언어와 풍습 등 태도에 대한 자연스러움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그러나 만석꾼이 나옴직한 너른 들은 대게 전라도에 있었고, 경상도에선 그만큼 광활한 토지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선생은 외동딸의 탱화자료 수집 여행에 따라 나서게 된다.

선생 모녀는 하동 악양들을 내려다보는 한산사 대웅전의 탱화를 보러 갔다가 바로 지금의 이 풍경을 맞닥뜨리며 무릎을 쳤다.

이곳 평사리가 넓은 들을 지니고 있으며 섬진강의 이미지와 지리산의 역사적 무게도 소설의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란 걸 직감한 것이다.

 

그렇게 소설 ‘토지’는  “모든 생명을 거둬들이는 모신과도 같은 지리산의 포용력” 때문에

이곳 평사리를 무대로 삼았다.

 

 

 

 

 

 

  

'토지'는 1897년 하동 평사리에서 시작해 1945년 8월 해방까지

서울, 만주, 일본 등을 무대로 격동의 근대사를 살아간 민중들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로,

최참판댁 손녀 서희가 역사의 소용돌이를 따라 하동에서 하얼빈까지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와 해방을 맞는 것이 큰 줄거리다.

작가는 평사리 악양 들판을 한 번도 밟아보지 않고서 '토지' 1부를 썼고, 책이 다 나온 뒤에야 소설 속 현장을 찾아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평사리의 풍경이 소설에 묘사해 놓은 모습과 너무 똑같아 놀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오롯이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만 빚었던 '토지'의 작품 세계는 평사리 들판처럼 드넓고,

지리산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한국 문학사에 자리 잡았다.
 

 

 


 

박경리.....1926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하여 1946년 진주여고를 졸업했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 등이 '현대문학'에 실리면서 등단했다.

이후 1959년 '표류도', 1962년 '김약국의 딸들', 1964년 '파시', '시장과 전장' 등의 장편을 발표했다.

'토지'는 1969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하여 1972년 9월까지 1부를 집필했다.

'토지' 2부는 같은 해 10월부터 1975년 10월까지 '문학사상'에 3부는 1978년부터 '주부생활'에

4부는 1983년부터 '정경문화'와 '월간경향'에 각각 연재했다.

마지막 5부는 1992년부터 '문화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1994년 8월 15일 마침내 대하소설 '토지'의 전작이 완결되었다.

25년에 걸쳐 원고지 3만1천200장 분량으로 탈고된 것이다.

한말로부터 식민지 시대를 꿰뚫으며 민족사의 변전을 그리고 있는 대하소설 '토지'는

탈고 전에 이미 한국문학의 걸작으로 자리잡았고 박경리는 한국문학사에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봉으로 우뚝 섰다.

 

 

 

 

 

 

 

 

 

대하소설 '토지'
한국 대하소설의 거봉으로 평가받는 '토지'는 단순히 한 작가의 대표작에 머물지 않고,

한국의 현대문학이 거둔 최고의 수확이자 하나의 극점이다.

집필 기간 25년, 1969년 시작해 1994년 8월 15일 완결했다.

권수로 16권이고, 원고지 분량으로 3만1천200장에 이른다. 등장인물은 700명을 웃돈다.

KBS와 SBS가 세 차례에 걸쳐 TV드라마로 제작했고, 1974년 김수용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다.

 

 

 

 

 

 

 

 

 

 

 

평사리 문학관은 박경리 소설속 평사리만을 조명하고 있어

박경리의 문학관이나, 생전의 집필모습등의 여운을 느낄수는 없다.

  

 

 

 

 

 

 악양은 예부터 평사리 들판의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쌀과 함께 임금님 진상품으로 인정받은 대봉감이 유명한 곳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대봉감마을로 들어서면 가을빛을 한껏 머금은 대봉감이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소설을 통해 거듭난 평사리와 악양들이 이제 느림의 미학을 전파하는 힐링의 땅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점리 아미산 아래에서 동정호까지 펼쳐진 악양들은 봄에는 청보리가 빚어내는 초록융단을 깐 듯한 들판을,

가을에는 누렇게 익은 이삭들로 가득 찬 황금들판을 연출하고 있다.

악양들 한복판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장승처럼 서 있다.

마치 넓은 들판의 허허로움을 채워주고 있는 이 나무는

소설 ‘토지’의 두 주인공 서희와 길상 혹은 용이와 월선네 처럼 다정하게 서 있어 ‘부부송’으로 불린다.

 

들판의 한쪽에는 중국 악양의 동정호와 흡사하다 해 이름 붙여진 동정호가 아름다운 호수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동정호는 한솥밥으로 1,000명이 너끈히 먹을 수 있는 큰 솥이 있어 물이 고인다고 전해 오고 있다.

 

 

 

 

 

 

 

 

 

느림의 미학이 살아 꿈틀대는 악양면은 2009년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이탈리아 슬로시티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슬로시티로 인정 받았다.

실제 악양벌 너른 들판에는 비닐하우스가 일절 없다.

 

 

 

 

소설 토지를 읽으면 ‘민족’, ‘식민’, ‘역사’............

뭐 그런것들 보다는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 자체가 더 숭고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욕망과 운명의 대립이 야기하는 비극성,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지도가 ‘토지’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