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산...붉게물든 그리움이 번진다.
불갑산 (佛甲山·518m, 영광)
그리움... 그리워하며 붉은가슴안고서,
일생동안 잎과 마주하지 못하는 꽃이 있다.
‘꽃무릇’이다.
한 몸 한 뿌리에 났지만 꽃과 잎이 한번도 만나지 못하는 설움이 있다.
이 때문인지 화려함이 극에 달해 오히려 처연하게 느껴지는 꽃이다.
전남 영광군과 함평군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불갑사(영광군)주변에는 매년 9월중순이면 새빨간 꽃무릇이 피어난다.
불갑사 초입부터 꽃무릇이 많다.
산자락에도,
개울을 따라서도 꽃이 핀다.
대웅전 뒷자락 산길을 따라내려오면 산사면이 온통 꽃무릇 밭이다.
자생지도 영광과 고창이란다.
꽃무릇은 절꽃이다.
2014. 9. 21. 일요일
축제 차량으로 인해 불갑저수지옆 주차장부터 차량 통제가 진행중이어서,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불갑사단지로 이동.
불갑사관광단지-불갑사-덫고개-투구봉-장군봉-노루목-연실봉-해월암-동백골-불갑사
4시간10분 소요(셔틀버스이용시간 제외)
지리산 산행이 뜻하지 않게 연기되어 이전부터 보고싶던 꽃무릇 구경에 나섰다.
전남 영광 불갑산이다.
꽃무릇은 수선화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참사랑이다. | ||
또 꽃무릇은 석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꽃의 색깔과 모양이 불꽃과 같아서 집안에 심으면 불이 난다고 해서 심지 못하게 했다고도...
우리나라 3대 꽃무릇 군락지는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인데 9월경에 꽃무릇 축제가 열린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하다.
한기까지 느껴진다.
한낮에는 아직 덥지만, 그 햇살이 뜨겁다는 느낌은 없다.
산행하기에는... 여행하기에도 좋은 날씨다.
남도땅 영광으로 간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서로 다른 꽃이다.
두 꽃 모두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점은 같지만, 꽃 모양이나 잎 모양, 피는 시기가 서로 다르다.
상사화의 잎은 좀 넓고 크지만 꽃무릇의 잎은 좁다.
다른 지역과는 풍경이 색다르다.
누렇게 물들어가는 남도의 초가을 들녘에 선홍빛깔이 더해지고 있다.
기다란 연초록의 꽃대에 붉은 꽃이 피었다.
생김새가 흡사 왕관 같다.
도로변에도, 논둑에도 빨갛게 피었다. 그 풍경이 아름답다.
꽃이 피는 지금 잎을 찾아볼 수 없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다.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바로 그 꽃이다.
이렇게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 그리워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어서 '상사화(相思花)'로 불린다.
상사화와 꽃무릇은 언뜻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꽃이다.
둘 다 잎이 없는 채로 솟아 오른 꽃대 위에 꽃을 피우는 것은 같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돋아나고 여름에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꽃 색깔은 주로 연분홍이나 노랑색이다.
반대로 꽃무릇은 초가을에 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난다. 색깔은 아주 붉은 진홍색이다.
꽃 모양과 색깔에 따라 상사화, 붉노랑상사화, 진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백양꽃, 붉은상사화(꽃무릇)로 구별된다.
백양꽃은 백양사에서 처음 발견돼서 백양꽃이다. 위도상사화는 위도에서 처음 발견돼서 그리 이름이 붙여졌다.
초가을인 지금 많이 피는 것은 대부분 붉은상사화, 즉 꽃무릇이다.
이 꽃은 대부분 절집에서 군락을 이룬다.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만 봐도 그렇다.
고창 선운사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절집에 많이 핀다.
생김새나 빛깔이 선홍빛으로 강렬하게 유혹하는 꽃이다.
절집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절집을 중심으로 많이 피고 있다.
상사화가 절집에 많이 피는 데 대하여 유래하는 전설이 있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짝사랑과 연관된다.
옛날에 절집을 찾은 아리따운 처녀가 있었다. 젊은 스님이 그 처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짝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스님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시름시름 앓다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
그 스님의 무덤에 피어난 꽃이 바로 상사화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출가한 스님을 그리던 처녀의 혼이 붉게 타오른 것이란 전설도 있다. 하여, 꽃말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완전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참사랑'으로도 불린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 꽃의 알뿌리에는 독성을 머금고 있다 한다.
옛날에는 이 뿌리가 가난한 백성들의 구황식품으로 쓰였다.
당시 알뿌리에 함유된 녹말을 걸러서 죽을 끓였는데, 알뿌리에 들어있는 독소를 걸러내려면 시간이 꽤 걸렸다.
이것을 참지 못하고 죽을 쑤어 먹으면 배탈이 나기 일쑤였다.
"자발스런 귀신은 무릇죽도 못 얻어먹는다"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다.
이렇게 독성이 있는 알뿌리를 찧어서 절집을 단장하는 단청이나 탱화에다 바르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방부제 성분이 있어서다.
그래서 단청을 하고 탱화를 그리는 절집 주변에 많이 심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번져서 군락을 이뤘다는 게 가장 현실적인 가설이라 하고,
불갑사 왼편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른다.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완만한 오르막이다가 어느순간 급경사로 바뀐다.
하지만 덫고개까지는 멀지 않다.
덫고개까지 오르는 산길 옆도 붉은 정원이다.
길은 힘들진 않다.
투구봉까지는 길지 않은 오르막이후 편안한 꽃길이다.
정자가 있는 덫고개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길은 여전히 가파르다.
키 큰 참나무 아래엔 단풍나무가 가득하고. 10여 분 정도 호랑이가 살았다는 자연 동굴이 있다.
1908년 한 농부가 놓은 덫에 걸린 호랑이를 박제로 만들었고, 지금은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이 박제는 남한 지역에서 잡힌 호랑이 가운데 유일하게 실물 박제로 보관된 것이라 한다.
동굴 앞의 호랑이상은 포획 100주년을 맞아 설치한 것이다.
앞서 덫고개란 이름도 덫으로 호랑이를 잡은 곳이란 데서 유래했다던데,
동굴을 지나 잠시 가파른 길을 오르면 노적봉이다.
불갑산에 꽃무릇 피면 산전체가 정원같은 느낌이 든다.
꽃무릇 세상이다.
불갑사도 들러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산행전에 시간을 많이 소모한 까닭에 하산길은 늘 바쁘다. 그래서 아쉽지만 그냥 통과한다.
그래도 불갑사는 역사가 깊은 절집이고,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에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면서 처음 지은 불법도량이라하는데 아쉽긴 하다.
대웅전이 보물 제830호로, 참식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돼 있다.
꽃무릇이라고 늘 사진으로보던 꽃을 처음으로 보았다.
꽃무릇 군락지도 예쁘고.... 산비탈에 오롯이 피어난 꽃무릇도 탐스럽다.
저수지 물에 반영된 붉은 색감은 가을 그리움이 가득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