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산-공덕산...예상못한 즐거움 가득
천주산(836m, 문경)
우뚝솟은 하늘기둥
공덕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주산....
2014. 9. 14. 일요일
천주사-천주산-공덕산-묘봉-안장바위-묘적암
5시간 30분 소요
천주사에서 올려다 본 천주산
천주사 마애불에서 천주산 슬랩지대까지 쭉~올라가면 슬랩지대부터 조망이 트인다.
천주마을 가운데로 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기도 한다지만,
날씨가 더울때는 콘크리트 포장길을 걷는게 쉽진 않다.
그래서 대형버스지만......좁은 포장도로를 헤집고 천주사 아래까지 도달한후 산행을 시작했다.
경천호가 한반도 지형을 만들고
경천호에서 본 천주산의 반영이 이쁘다던데.....
천주산 정상부는 좁고 긴 능선이 놓여 있다.
정상은 큰봉과 작은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불감시초소와 정상 표지석이 있다.
큰봉 정상에 서면 운달산, 대미산, 문수봉, 황장산이 한눈에 보인다.
천주산에서 안부까지 마사토의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선후,
다시 부지런히 숲그늘에 가려진 오르막을 한참을 오르면 공덕산 정상이다.
공덕산에서 지나온 천주산을 보면 입 벌리고 서있는 붕어와 닮았다 하여 천주산을 붕어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공덕산에서 묘봉까지는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묘봉에서 돌아본 공덕산
공덕산(功德山·912.9m)은 문경시 산북면 전두리와 동로면 노은리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공덕산 이름은 지형도에 표기되어 있는 산이름일 뿐 불교계에서는 이 산 기슭에 자리한 천강석조사불상(天降石造四佛像·일명 사불암)과 관련지어
사불산(四佛山)으로 부른다.
공덕산의 주인공은 사불암 아래에 자리한 1400여 년 된 고찰 대승사(大乘寺)다. 대승사 일주문 현판에 ‘사불산 대승사’로 쓰여 있다.
산행로 가운데 놓인 부부바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햇볕조차 들지 않는 심산유곡에서 낙엽 스치는 발걸음 소리를 길벗 삼아 산을 오른다거나,
더 오를 곳 없는 산 정상에서 발아래 세속을 굽어보며 흘러가는 한 줌 구름에 헛헛한 마음이 들때면
한 번쯤 읊조려봤음직한 시 구절이다.
이 선시(禪詩)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무학 대사의 스승인 나옹 화상의 작품이다.
절친했던 친구가 죽자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이냐'며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으나
모두 '모른다'고 하자 괴로워하며 경북 문경의 공덕산 묘적암으로 요연 선사를 찾아가서 머리를 깎고 불교에 귀의했다고 한다.
바위 틈새를 헤집고 타 넘거나 로프에 의지해 깎아지른 암릉을 오르내려야 한다.
부부바위, 낙타바위 등 갖가지 형상을 한 기암괴석 무리가 눈길을 잡는다.
산행로 가운데 어른 한 사람이 앉을 정도로 중간이 움푹 팬 스쿠터 모양의 바위가 대문처럼 버티고 서 있는데 안장바위다.
나옹 화상의 도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안장바위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
나옹은 날마다 하릴없이 안장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오뉴월 삼복더위에 땀 흘리며 고된 농사일을 하던 산 아래 마을 농부들이 이 바위에서 놀고만 지내는 나옹이 보기 싫어 안장바위를 깨뜨려버렸다.
그러자 그로부터 수년간 가뭄과 흉년이 계속됐다.
농부들은 나옹이 범상치 않은 것을 알고 안장바위를 다시 이어놓고서야 가뭄과 흉년이 끝났다고 한다.
산을 찾아 걷다 보면
기대한곳에서 적잔은 실망도 느끼게 되지만,
반대로 큰 기대없던 곳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곤하는데,
천주산-공덕산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가파르게 솟은 슬랩을 거쳐
암릉의 정상에서 백두대간 문경통과지점을 조망하고,
또 숲그늘 우거진 육산을 거닐다가,
어느순간 기암괴석을 만날수 있는 멋진 풍광은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