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매화피어난 아련한 봄,
조계산 (884m, 남도삼백리-천년불심길)
매화향에...., 흠뻑 꿈꾸다.
'산을 높이로 가지 말고 깊이로 오른다...'
조계산..., 높이는 큰 의미가 없었다.
송광사와 선암사라는 두 거찰을 좌우로 품었을만큼 깊이는 그 어느 산보다 넉넉했다.
유유히 조계산을 누비며 그 아름다움과 넉넉함에 젖어든다.
전남 순천은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봄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3월 순천에 가면 특별한 매화꽃이 봄을 알려 준다.
지조와 고결함을 간직한 금둔사의 납월매는 3월 초에, 600년 된 귀한 선암사의 선암매는 중순 이후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조선시대 문신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은 매화를 이렇게 노래했다.
‘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臧曲),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오동나무는 천년을 묵어도 변함없이 자기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자기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 바탕은 변치 않고, 버드나무 가지는 백번 꺾여도 새 가지가 돋는다’는 뜻이다.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매화는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잠들어 있는 추운 겨울날 꽃을 피운다. 꽃말은 고결·인내·충실 그리고 맑은 마음이다
순천 선암사에는 600년을 넘게 산선암매가 있다.
2007년에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이 된 토종 매화나무다.
선암사 원통전 담장 뒤에 있는 이 나무는 높이가 8m, 밑동 둘레가 1.2m이며 동서남북으로 넓게 퍼진 가지가 특히 아름답다.
꽃 색이 유난히 붉고 향이 짙은데, 선암사 어느 전각인가의 상량문에 이 매화나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남아 있어 학술적 가치도 크다.
선암매는 3월 중하순에 피기 시작한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정호승의 ‘선암사’ 중)
매화는 샘물을 닮았다.
자극 없이 깊은 곳을 움직인다.
오랜 세월 팬을 거느린 매화엔 자신만의 이름도 있다.
지리산 자락엔 고려말 세도가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는 원정매(元正梅),
조선시대 강희안과 조식이 각각 심은 정당매(政堂梅)·남명매(南冥梅) 등 ‘산청삼매’가 연륜을 자랑한다.
구례 쪽 화엄사엔 길상암 앞에 화엄매가 있고,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도 유명하다.
순천 선암사는 탐매객의 필수 방문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600년 수령 백매도 가슴 뛰지만, 무우전 돌담길을 따라 이어진 20여 그루 고매(古梅)의 자태는 숨막힌다.
통칭해 선암매다.
선암사는 아름답다.
사시사철 철 따라 피고 지는 매화·동백·철쭉·산수유·영산홍·수국·물푸레나무 등 수많은 꽃이 피어난다.
2014. 3. 30.
날씨...흐림(비 그친 아침)
산행코스 : 선암사 주차장-승선교-삼인당-선암사-장군봉-보리밥집-송광사굴목재-천자암-이읍 (6시간40분)
# 봄의 선암사는 사진찍기 좋은 곳이어서....
조계산 산행은 선암사에서 시작한다.
선암사 입구에 들어서니 여기부터는 탈속(脫俗)의 땅임을 알리듯이 승선교가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계곡의 바위와 조화를 이루는 아치형 다리인 승선교는 역사가 300년이 넘는 건축물이다.
승선교 다리 밑으로 물줄기가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국내서 가장 아름답다는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昇仙橋·보물 400호)
선암사 삼인당
선암사가 대웅전을 비롯해 무려 40여곳의 전각이 있을 만큼 웅장한 사찰임에도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은
계곡 속에 터를 잡은 절묘한 모양새 때문일 것이다.
경내에는 대낮인데도 홍매화와 벚꽃이 피어 마치 등을 단 것처럼 빛이 난다.
어떤 이는 황홀한 꽃향기에 취해 홍매화 밑을 떠날 줄 모르고 또 어떤 이는 사진기로 열심히 선암사의 꽃들을 담아낸다.
조계산 산행에서 선암사 구경을 반드시...,
국내 1000여개의 산사 중 아름답기로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사찰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이 그렇다.
......
금강제비꽃
남산제비꽃
생강나무
양 굴목재 사이에 집이 한 채 있었는데,
그 집에서 오래 전부터 보리밥을 팔기 시작했다.
보리밥집은 등산로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어 등산객들에게는 마치 주막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조계산을 등산할 때는 따로 점심을 준비하지 않는다.
보리밥집에서 보리밥을 먹어야 조계산을 등산한 기분이 난다. 얼큰한 동동주 한 사발까지 곁들인다면….
보리밥이라야 색 다른 것도 없다.
커다란 대접에 고추장 한 숟갈과 참기름이 전부다.
따로 주는 보리밥 한 그릇. 그리고 반찬으로 나온 나물을 이것저것 섞어서 비벼 먹으면 그게 다다.
젓갈로 나온 멸치젓을 넣고 무청에 한 쌈하면 어디서도 느끼지 못할 산중 비빔밥을 먹게 된다.
장군봉에서 내려오는 내내 원조 보리밥집 이정표를 보고 따라왔다.
노란깃발이보이는 집이라고......길은 내리막길로 보리밥집으로 향해 있었다.
작은 계곡도 지나고, 졸졸거리는 물소리도 들으며,
그래서 보리밥집에서 맛있게 먹었다...
근데, 이곳은 이정표상의 원조 보리밥집이 아니네....,
송광사로 가지 않고 쌍향수 보러 천자암으로 향한다.
얼레지도 피어났다.
비주얼덩어리...꽃말이 '바람난 여인'이라는데....
천자암 쌍향수다.
천자암 한켠, 건물들이 들어선 그틈에 조용히 서있다.
쌍향수는 송광사 3대명물로 알려져 있으나,
송광사에서 천자암까지는 산길 3.8km지점이다. 차라리 이읍마을에서 가깝다.
곱향나무인 쌍향수는 나이가 약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12.0m, 가슴높이 둘레 4.10m, 3.30m이다.
두 그루가 쌍으로 나란히 서 있고 줄기가 몹시 꼬인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보조국사(普照國師)와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나란히 꽂은 것이 뿌리가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랐다고 한다.
담당국사는 왕자의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나무의 모습이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절을 하고 있는 듯하여 예의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한손으로 밀거나 여러 사람이 밀거나 한결같이 움직이며,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極樂)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순천에서 대구까지는 멀기에 천자암에서 송광사로 가지 않고 이읍으로 바로 내려선다.
봄을 지나는 선암사는 황홀하다.
선암사로 가는 길목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선암사를 지나면 진달래가 눈을 맞춘다.
그래서 일까.
조계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