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우™ 2012. 1. 11. 17:57

 

 

 

 

사려니 숲길

 

2012. 1. 8.

제주날씨는 흐리다

우리는 오늘 사려니 숲에 갈 계획이 없었다

제주올레길 8코스가 예정되어 있었는데...갑자기 변경되었다

 

 

 

제주도 말로 사려니, 살안이, 혹은 솔안이의 살, 솔은 신성한 곳을 뜻한다고 하니, 사려니 숲길은 곧 신역(神域)의 숲길이다.

실제 걸어보면 과연 신의 땅이라 할 만하게 사려니숲은 짙고 아름다우며, 간혹 안개가 끼면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물씬하다.

제주 올레 19개 코스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그 올레길들에 못지않은 인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태 전 개방된 이래 매년 방문자 수가 배로 늘고 있다고 한다.

 

사려니길은 한라산 동사면,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 중간(교래사거리에서 1112번 비자림로를 따라 5km쯤 서진한 지점)부터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 오름까지 이어지는 15km 숲길이다.

다만 중간 지점부터 사려니오름까지는 사전 신청해야 가볼 수 있으며, 연중 개방하는 구간은 교래리~붉은오름 간 약 10km다.

각 지점의 들목엔 두 아름쯤 되는 커다란 통나무 형상의 조형물을 세워 사려니숲길 입구임을 알려주고 있다.


 

해발 590m에서 440m로 완만한 내리막
일방통행길이 아니므로 어느 한 곳을 특별히 출발점이라 말하는 건 무리다.

다만 비자림로에서 붉은오름 방향이 전체적으로 내리막이어서 사람들 대부분이 북쪽 교래리의 비자림로 중간 기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비자림로 출발점이 해발 590m 정도, 붉은오름 아래 종점이 440m다.


 

 

 

 

 

 

 

 

 

 

 

 

 

 

 

 

 

 

 

 

 

 

 

 

 

 

 

 

 

 

 

 

 

 

물찻오름 표지석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을 금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물찻오름(水城岳·717.2m)을 보고 싶다는 민원이 많아, 아마도 2013년쯤엔 개방될 것이라 한다. 

제주도에는 아홉 군데 물 저장 능력이 뛰어난 오름이 있다.

물찻오름과 물영아리, 물장오름, 어승생악, 금오름, 원당봉 같은 오름이 그것이고, 

물찻오름은 지하에서 솟아오르던 용암이 중간에 굳어서 그릇 같은 역할을 해주어서 물이 차오른다고 해서 물찻오름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삼나무를 쑥대낭이라 부른다.

곧 쑥대처럼 빨리 크는 나무(낭)이라는 뜻이다.

그 쑥대낭 숲 전체에 투명한 액체로 머금어진 듯한 정갈함이 조금씩 숲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그 숲속 데크 길로 들어가본다.

길이 끝나는 숲 가운데 자궁처럼 자리한 작은 휴게공간에는 이미 우리처럼 쑥대낭 숲기운에 이끌린 몇 사람이 수백 가닥 비에 젖은 삼나무 줄기들이 모여 서서 이룬 맑은 어두움의 아늑함에 조용히 취해 있다. 
비자림로~붉은오름 간 10km 길을 5분의 3쯤 지났다. 


 

 

 

 

 

 

 

 

 

 

 

 

 

 

숲길을 걸을때면

맑은 날도 있고

흐린날도 있고

푸르른 날도 있고

녹색에 잠긴날도 있고

하얗게 내려앉은날도 있고

노랗게 물든날도 있다

 

그리고 오늘은......

회색톤의 무거운 날이다